亞신흥국 제조업 둔화, 세계 경제 ‘변수’
입력 2010-07-02 18:00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들의 제조업 성장세 둔화가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 제조업 둔화가 이미 불거진 유럽의 재정 위기 및 미국의 경기회생 지연과 함께 세계 경제의 힘을 빼는 새로운 변수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전날 중국의 소프트랜딩(연착륙)이 투자자로 하여금 세계 경제가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새로운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중국의 제조업 경기에 적신호가 켜졌다. 중국 물류구매연합회(CELP)가 1일 발표한 중국의 6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전달 53.9보다 1.8포인트 하락한 52.1을 기록했다. 2개월 연속 하락세로, 시장 예상치 53.2를 밑도는 수치다.
HSBC가 중국 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중국의 6월 PMI는 50.4를 기록, 최근 14개월 만에 최저수준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통상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을, 50 아래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중국 국가통계국 국제통계센터 마옌(馬岩) 연구원은 “현재의 부동산 조정정책, 수출환급세 취소, 경제 구조조정 등과 함께 유럽 재정위기로 향후 몇 개월간 PMI는 계속 하락할 추세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취홍빈 HSBC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PMI의 2개월 연속 하락에 대해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지난 1분기에 정점을 찍고 점차 둔화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는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1.9%에 이르렀다. 2분기 성장률도 11% 전후에 이르겠지만 1분기보다는 성장률이 하락하고 3, 4분기엔 더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사회과학원 천자구이(陳佳貴) 경제학부 주임은 ‘2010년 하반기 경제형세 예측 및 분석 논단’에서 “올 GDP 성장률은 연평균 9∼10%를 기록할 것”이라며 “이미 ‘성장 확보’에서 ‘안정적 성장’으로 기조가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WSJ은 중국뿐 아니라 인도, 호주, 한국, 대만 등도 제조업 성장세가 일제히 둔화되고 있다면서, 이는 유럽과 미국의 제조업 둔화현상과 맞물려 세계 경제 회복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WSJ은 그러나 일부 경제학자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부풀려졌으며 미국과 아시아의 성장세가 여전히 견고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중국의 경우 PMI가 50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GDP 성장률도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