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런 경찰에 무얼 맡기겠나

입력 2010-07-02 17:39

경찰의 실태(失態)가 어디까지 뻗나 했더니 급기야 강희락 경찰청장이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서울 장안동 아동 성폭행 사건을 알게 된 지경에 이르렀다. 대구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간부는 피해자 집에서 술에 취해 낮잠을 잤다.



앞서 일어난 서울 양천경찰서의 피의자 가혹행위며 서울경창청장에 대한 서울 강북경찰서장의 항명이 우연의 연속이라고 보기 어렵게 됐다. 경찰이 엉망진창이 된 것이다. 풀릴 대로 풀린 경찰 기강에 대해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동 성폭행에 대한 사회의 경각심이 높아졌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어린이들이 유린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김수철 사건과 장안동 아동 성폭행, 아동 성폭행으로 복역 후 출소한 70대 노인의 재범행 등이 일어났다. 장안동 사건의 경우 실무자들이 피해 아동의 진술만 듣고 성폭행이 아니라 성폭행 미수 사건으로 판단해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는 고의로 사건을 축소했을 수 있다. 경찰청장이 특별히 신경 쓰는 범죄이니 아예 발생 건수를 줄여서 보고하려 했을 것이다. 드러나지 않고 묻히는 아동 성폭행 사건은 비일비재다.

여대생 납치범을 눈앞에서 놓쳐 결국 피해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대구 경찰이 피해자 부모의 집에서 벌인 취태(醉態)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사 실무자인 강력팀장은 낮술을 마시며 범인의 전화를 기다렸고, 딸의 안위가 걱정돼 피를 말리는 부모 앞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잤다고 한다.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해당 경찰이 얼마나 느슨하고 형편없는 조직인지를 말해 준다.

서울경찰청장을 비난하며 동반사퇴를 요구한 강북서장의 항명은 개인의 문제로만 볼 일이 아니다. 지나친 성과주의 평가 때문에 피의자에 대한 가혹행위가 일어났다는 항변에도 일리가 있다. 가혹행위를 한 경찰관은 무겁게 징벌하면서 가혹행위를 하도록 유인하는 제도를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된다.



보고 누락, 근무기강 해이, 고문 의혹, 항명 등 우후죽순같은 경찰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덮기에는 때가 늦었다. 경찰조직에 오랫동안 혁신이 없다 보니 조직피로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불신도 크다. 총체적인 책임은 경찰 지휘부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