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간인 사찰, 엄정한 수사로 전모 밝혀야
입력 2010-07-02 17:51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파문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했던 민주당은 어제 당내 진상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권력형 게이트’로 성격 규정을 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내각총사퇴까지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모 은행 용역업체 대표인 김모씨가 대통령을 비방하는 동영상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렸는데, 공무원 사정기관인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민간인인 김씨를 조사한 후 경찰에 넘기기까지 했다는 게 골자다. 이인규 지원관과 그에게서 조사 내용을 보고받은 청와대 비서관이 영포회라는 같은 사조직 출신이어서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영포회란 대통령 고향인 영일 및 포항 출신 공직자 모임이다.
진상은 이미 상당부분 드러났다. 민주당의 주장에 대해 총리실은 크게 부인하지 않는 분위기다. 총리실은 파문이 커지면서 이 지원관 등 3명을 대기발령 낸 데 이어 진상조사에 본격 착수했다. 청와대도 조사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령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를 공직자의 사기진작과 고충처리, 우수공무원 발굴, 공직기강확립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민간인 사찰은 명백한 불법이자 월권이다. 김씨에게 일거리를 준 은행 간부들을 찾아가 김씨에 대한 조처를 요구한 것은 직권남용에 해당된다. 국무총리실장은 보고도 받지 못했다는데 경찰 수사의뢰 공문에 실장의 직인이 찍혀 있었다는 것은 공문서 위조에 해당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속히, 그리고 보다 정확히 규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7·28 재·보선을 의식한 듯 대정부 공세를 한층 강화할 태세다. 이에 대한 여권의 맞공세는 무의미하다. 대통령에게 누가 될까봐 사건을 축소·은폐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될 일이다. 국민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총리실과 청와대의 조사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검찰 수사가 불가피한 형국이다. 극소수 몰지각한 공무원의 불법행위일 뿐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고 자신한다면 청와대가 검찰에 직접 수사의뢰하는 것도 방법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