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교수의 조언 "김삼환 목사는 좀더 묵상을, 조용기 목사는 좀더 균형을"

입력 2010-07-02 16:00


[미션라이프] 정인교(사진) 서울신대 교수의 설교 비평서 ‘설교자여, 승부수를 던지라!’(대한기독교서회)가 오는 9월 출간된다. ‘탁월한 설교를 향한 15가지 승부전략’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정 교수는 국내의 대표적인 설교자 15인의 설교세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는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에 대해 “예수=복이라는 등식이 김 목사의 모든 설교에 적용되고 있다”며 “그의 순진무구함에서 나오는 구복의 메시지는 청중의 종교적 본능을 자극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 목사는 기존의 질서를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면서 그 안에서의 ‘잘됨’을 강조하고 있다”며 “그의 설교가 성경의 깊이를 충분히 드러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묵상과 기도를 통해 본문의 깊이를 추출할 수 있다면 김 목사의 설교는 대중성과 함께 깊이에서도 주목받는 설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의 설교에 대해서는 ‘영적 설교’라고 했다. 철저한 성령의 능력과 은사를 바탕으로 한 목회적 성취를 이뤘고, 그 정점이 설교라는 것이다. 그는 철저히 성경중심적이고 영적 준비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것도 조 목사 설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조 목사가 설교에 앞서 3~4시간 기도에 할애하는 점을 들어 “이러한 영적 준비가 있었기에 조 목사의 성경중심적 설교는 활력있고 재미있는 설교가 될 수 있었다”고 봤다.

하지만 정 교수는 “좀더 복음의 균형을 강조함으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온전한 성도를 양성했으면 한다”며 “회중을 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게 아니라 문제점을 느끼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설교 진행이 덧붙여진다면 전달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옥한흠 사랑의교회 원로목사에 대해서는 ‘설교의 모범답안’이라고 했다. 전통적인 목사의 진중함과 열린 신학적 사고를 전달함으로써 회중이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삶 사이의 간극을 극복하도록 돕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옥 목사 설교의 특징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설교자로서의 기품을 갖추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반면 여자를 무시하거나 타교단을 비하하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옥 목사의 가부장적 설교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정 교수는 “옥 목사의 뒤를 이은 오정현 목사의 설교가 특히 여성들에게 인기 있는 것은 오 목사가 풍성한 감성적 어필로 다가서기 때문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국 로스앤젤리스 동양선교교회를 담임했던 강준민 목사는 ‘영성 목회자’로 규정했다. 그는 “한국 교회 강단이 깊이있는 메시지를 창출해 내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말씀이 설교자를 통과하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이라며 “반면 강 목사의 설교는 철저한 묵상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강 목사의 자의적 성경 해석과 탈시대 내지 반시대적 설교 경향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도 잊지 않았다. 정 교수는 “성경에 대한 정확한 주석적 이해가 전제되지 않는 묵상은 자의적 해석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강준민의 설교에서는 이런 자의적 해석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다른 설교자보다 많아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 목사의 설교에는 복음의 공적 차원이나 기독교의 역사적 책임같은 차원들이 결여되어 있다”며 “설교가 시대의 눈치를 살필 필요는 없지만 시대를 외면할 이유 또한 없다”고 강조했다.

높은뜻숭의교회 김동호 목사의 설교는 ‘파라독스의 복음’이라고 했다. 그는 김 목사에 대해 “역설과 역발상의 설교자”라며 “당연한 것을 뒤집고 순리라 생각한 것에서 역리를 이끌어냄은 그의 설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했다. 김 목사가 ‘목회 영역의 혜성 같은 존재’가 된 배경도 이같은 참신함에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 교수는 “그의 설교에는 성경이 뒤로 밀려나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면서 “본문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설교가 부지기수인가 하면, 길이나 중요성에서 다른 예화나 인용자료처럼 취급하는 설교가 대단히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금까지 그는 상식의 허를 찌르는 역설적인 설교로 재미(?)를 봤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설교는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개인의 아이디어가 아닌 성경의 깊이로 승부해야 한다는 게 정 교수의 조언이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