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 월드컵 16강 유쾌한 도전 마치고 ‘아름다운 퇴장’

입력 2010-07-02 18:00


‘유쾌한 도전’을 마친 허정무(55) 감독이 결국 ‘아름다운 퇴장’을 선택했다.

남아공월드컵에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허 감독은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5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축구협회가 후임 감독 인선에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차기 감독 인선에서 물러나겠다.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공부를 할 생각”이라며 대표팀 감독 재계약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7년 12월7일 외국인 지도자 시대를 마감하고 ‘독이 든 성배’로 불리는 태극호 선장에 올랐던 허 감독은 이로써 2년6개월여의 대표팀 감독직을 마감하게 됐다.

허 감독은 축구협회로부터 연임 제의를 받았지만 최근 가족회의 끝에 재계약을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허 감독의 이런 결심에는 대표팀을 지휘하는 동안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가족들의 연임 반대가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허 감독은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대기록을 만들어냈는데 아시안컵 우승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판단해 연임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원정 16강 진출 목표를 이루고 그만두게 돼 다행이다. 가족들이 나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당분간 재충전 시간을 갖고 가족들과도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언론 인터뷰와 외부 강연 등을 소화하면서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높은 허 감독의 휴식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2000년 대표팀 코치진에서 물러난 뒤 용인축구센터를 세워 유소년 꿈나무 발굴에 집중했던 시절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현재 목포축구센터에는 허정무 축구교실이 마련되어 있다. 때문에 허 감독이 목포축구센터장을 맡으면서 유소년 육성에 전념할 가능성도 있다.

K리그 복귀도 예상된다. 축구계 안팎에서는 허 감독이 K리그로 유턴할 경우 1992년 말부터 3년 동안 팀을 지휘했던 포항 스틸러스가 유력하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내년 K리그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는 광주시민구단의 초대 사령탑도 가능하다. 전남 진도가 고향인 허 감독은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기 전 전남 드래곤즈 감독을 맡은 바있다.

허 감독은 차기 대표팀 감독이 부진을 거듭하게 될 경우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 태극호에 화려하게 컴백하는 시나리오도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