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고양이’로 연극 데뷔한 황보라, “관객들 돈 아깝단 생각 안 들게 하는 게 중요”

입력 2010-07-02 18:04


“편의점에 갔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친구가 현금인출기에서 2만원을 찾더니 ‘월급날까지 버틸 수 있겠지’라고 하는 거예요. 그걸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연극 ‘옥탑방 고양이’로 연극 무대에 데뷔한 탤런트 황보라(27)는 “연기를 잘 하는 것보다 온 관객이 돈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드는 게 중요하다”고 눈을 크게 뜨고 강조했다. 2일 서울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황보라는 연극을 하면서 느끼게 된 점을 쉴 새 없이 쏟아냈다.

“TV를 통해 비친 제 이미지가 비호감이었나 봐요. 화장실에서 팬들이 ‘황보라 비호감이었는데 괜찮은데’ 하는 얘기를 듣고서 알았어요. 이 기회를 통해 더 다가가게 된 거잖아요. 자리도 불편한 소극장에 돈내고 찾아온 분들이 미안하지 않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황보라는 무대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연극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성격 자체는 활달하고 유쾌한데 영화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많이 혼나다보니 주눅이 들었다”면서 “대중 앞에 서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인데 가장 무서운 병에 걸린 거 같아서 무대에 설 결심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결정은 성공적이었다. 첫 무대임에도 기대 이상의 안정된 연기력을 선보이면서 연극의 흥행에 일조하고 있다. 황보라는 지난 4월부터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 하루 두 차례씩 공연 중이다. 그는 “항상 라이브다 보니 매번 똑같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한 번을 잘하면 다른 공연은 상대적으로 못한 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황보라가 맡은 정은은 드라마 작가로 성공을 꿈꾸며 대구에서 혼자 상경한 인물. 계약한 옥탑방이 이중계약이 되면서 얼떨결에 경민과 동거를 하게 된다. ‘옥탑방 고양이’는 김유리의 동명소설이 원작이며 드라마로도 방영돼 인기를 끌었다.

지난 석 달간 무대에서의 변화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너무 긴장했다. 무대 뒤에서 계속 대사를 읽으면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다른 배우들이 나 때문에 긴장된다고 할 정도였다”면서 “다행히 정은이란 인물이 실제 나와 많은 부분에서 닮았기 때문에 잘 적응한 거 같다”고 말했다.

부산 출신인 황보라는 무대에서 능청스럽게 사투리를 구사한다. 소심한 정은이 울컥할 때마다 속사포처럼 사투리를 쏘아대는 모습은 연극의 포인트다. 인터뷰를 할 때도 말이 빨라지면 어김없이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방송에서는 한 번도 사투리를 써본 적이 없어요. 영화 ‘주문진’에서는 강원도 사투리를 배우긴 했지만요. 방송에서도 보여드리면 여러 분들이 좋아할까요?”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