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방송 올인’에 죽어나는 SBS 드라마
입력 2010-07-02 18:08
‘2010 남아공월드컵’을 독점 중계하는 SBS에 대해 SBS 드라마 제작진들 사이에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 SBS가 월드컵 중계에 전력을 쏟으면서 드라마를 연이어 결방한 데 이어, 방송이 정상화되면서도 변칙편성을 벌여 드라마의 시청률이 주춤하기 때문이다.
SBS ‘인생은 아름다워’를 쓴 김수현 작가는 1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주 토요일 방송을 알맹이 10분을 짧게 만들어달라 그런답니다. 물론 월드컵이 이유고요”라면서 “가위든 엿장사가 방송국이니 어쩌겠습니까. 드라마가 엿가락인가봐요”라고 SBS를 강하게 비판했다. SBS가 월드컵 중계 방송 때문에 토요일 방영분을 10분 축소하고 일요일 편에 10분 늘리자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월드컵 때문에 방송 시간이 변경되기는 ‘이웃집 웬수’도 마찬가지다. 지난 27일 결방이 예상된 ‘이웃집 웬수’는 갑자기 편성이 잡히면서 평소 시간보다 15분 빠른 8시35분에 방영됐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은 “월드컵도 중요하지만 SBS가 드라마에 너무 무책임하다. 한국전은 더는 없지만 월드컵은 계속 되니 저녁 시간대에는 계속 이런 식으로 갈까 우려된다”라고 불만을 쏟아냈다.
지난 27일부터 드라마의 대부분이 방영되고 있다지만, 장기간 결방해 온 드라마는 그 여파로 맥을 못 추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5월 3일 시청률이 최고 14.8%(AGB닐슨 미디어리서치)까지 올랐던 ‘자이언트’는 이번주 13.6%로 주춤했다. 지난 6월 6일 19.8%까지 치솟았던 ‘인생은 아름다워’도 16.3%로 예전의 기세를 회복하지 못했다. 월드컵 전에는 20% 넘는 시청률로 선전한 ‘이웃집 웬수’는 15.3%로 시청률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시청률이 떨어지니 드라마 광고도 안 팔리고 있다. 한 자릿수의 시청률로 수·목 오후 시간대에서 부진을 보이는 ‘나쁜 남자’는 1일 방송에서 전체 광고 28개 중에 14개만 팔렸다. 반면 경쟁작 MBC ‘로드넘버원’과 SBS ‘제빵왕 김탁구’의 광고는 전부 팔렸다.
변칙 편성이 드라마에 미치는 해악은 SBS 아침드라마 ‘당돌한 여자’의 선전이 반증한다. 아침 시간대여서 월드컵 기간에 결방을 피한 ‘당돌한 여자’는 지난주 평균 시청률이 22%까지 치솟으며 고정 시청층을 꾸준히 확장했다.
반면 월드컵 기간에 불규칙하게 편성된 일일드라마 ‘세자매’는 시청률이 주춤하고 있다. 세자매 관계자는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대에 드라마를 봐야 탄력이 붙는데 이렇게 끊어먹으니 드라마가 잘 될 리가 없다. SBS가 월드컵에 올인 하느라 드라마에 너무 손을 놓고 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교석 문화평론가는 “문제는 정상 방송 체제라고 하더라도 월드컵 경기가 남아있기 때문에 드라마 방영이 100% 안정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랜 결방으로 다시 시청자를 흡수하기 힘든 마당에 앞으로도 결방될 수 있다는 점은 SBS 드라마로서는 큰 제약”이라고 지적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