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교 비평’ 정인교 서울신대 교수가 말하는 강단 현주소
입력 2010-07-02 17:22
한국 교회의 미래는 교회 강단이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설교 때문에 교회의 부흥이 오기도 하고, 설교 때문에 교회의 위기가 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1주일 평균 10회 이상의 설교를 감당해야 하는 목회자들에게 제대로 된 설교를 기대한다는 것도 무리다. 한국설교학회장을 맡고 있는 정인교(50) 서울신학대 교수가 오래 전부터 설교 교육과 훈련, 교단 간 협의를 통한 교역자 배출, 설교위원회 구성, 요일별 특색 있는 설교 등 제도적인 해법을 강조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설교학자로서 그는 목회자들의 설교를 비평하는 것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설교 비평’이라는 말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기도 하지만 정 교수는 신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설교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설교 비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무대에 올리는 오페라처럼 설교도 하나의 작품입니다. 그런데 소위 한국을 대표한다는 교회들의 설교를 보면 작품성이 떨어집니다. 깊은 철학도 배어 있지 않고, 성도들의 고민에 동참하고자 하는 몸부림도 묻어나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강단에 서면서 익숙해진 언변 위주의 설교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정 교수가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서울 강남의 주요 교회 목회자들의 설교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이들의 설교가 서울 강남의 지적 수준을 전혀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별 것 없는 설교”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설교 비평에도 금도는 있다. 설교 비평은 반드시 설교자를 세우는 비평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자를 무너뜨리는 비평은 결국 교회에 평지풍파를 일으키고 말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설교자도 완벽하지 않다”며 “다만 자신이 다니는 교회 설교자를 맹신하는 이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다면 설교 비평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아공월드컵 열풍이 강단 설교를 비켜가지 않은 현상에 대해서도 그는 “설교 본연의 역할인 복음증거와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월드컵 경기 원리를 신앙인의 삶과 연계하는 정도로 가볍고 유쾌하게 사용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이른바 상황(컨텍스트)과 본문(텍스트)이라는 관점에서 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 같은 경우는 다르다. ‘가볍고 유쾌하게’ 넘어갈 이슈가 아닌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는 이른바 ‘정치설교’가 필요하다. 정치설교는 청교도가 지배하던 초창기 미국 교회, 그리고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한 독일 교회에서 유행했다. 하지만 한국 교회에는 ‘정치적인 설교’는 있는데 정치설교는 아직 없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정치설교는 정당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철저히 성경에서 원리를 끄집어내는 것을 말한다. 그는 “설교자는 누구나 정치적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항상 보편타당한 성경적 입장에 서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어떤 설교가 정치설교인지 정치적 설교인지는 제3자가 단번에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정치설교는 한국 교회에서 아직 시기상조라고 그는 보고 있다. 한국 교회, 나아가 한국 사회 내에 건강한 토론문화가 자리 잡을 때 진정한 정치설교도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 교수가 설교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버지 정연창(온양성결교회 원로) 목사 때문이다. 그는 “교회문제의 원인을 파고들어가 봤더니 결국 설교로 귀결됐다”며 “교인들의 설교에 대한 불만이 결국 교회 문제로 표출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서신학에서 설교학으로 진로를 바꾼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로 17년째 설교학에 천착하고 있는 그는 “교수 말고도 내게 다른 할 일이 있는 것 같다”며 “내 남은 인생의 목표는 안정이 아니다”고 말했다. 목회의 길을 암시한 것이다.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한 새벽기도에서 확신을 갖게 됐다. 이밖에도 부모님의 서원 기도, 군목으로 있을 때 당한 연탄가스 사고, “교과서의 가르침이 아니라 직접 목회현장에서 해보시라”는 제자들의 요청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참다못한 축구경기 해설자가 그라운드로 뛰쳐나가겠다는 격이다. 그는 “성결교단 소속의 대형 교회가 없는 이유를 고민해 봐야 한다. 만담 수준의 설교, 성경을 뚫고 들어가는 깊이 있는 설교가 없기때문”이라면서 “승부를 걸어보고 싶다”며 목회에 대한 열망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내년이 서울신대 개교 100주년인 만큼 아직은 학교에 남아 할 일이 있다며 당분간은 청빙 요청을 사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성원 기자 kerne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