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순복음교회 이재창 목사 36년 ‘바보 목회’ 이야기

입력 2010-07-02 17:46


수원순복음교회 담임목사실에 들어서자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와 김삼환 명성교회 목사의 사진이 첫눈에 들어왔다. 이재창(66) 수원순복음교회 목사는 36년 전 수원에서 23㎡(7평)짜리 2층 상가에서 가마니를 깔고 교회를 시작해 3000명이 모이는 대교회로 성장시켰다. 이 목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늘 “바보가 되라”고 말한다. 바보는 늘 웃고 다니기 때문에 주변에서 불쌍하게 여기며, 적도 근심도 없다는 것이다. 철저히 밑바닥에서 시작해 눈물과 고통의 진액으로 버무려진 바보 목회 스토리를 들어봤다.

-두 목사님의 큼지막한 사진을 걸어두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두 분 모두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훌륭하신 지도자입니다. 조 목사님은 제가 순복음신학교 재학시절 조직신학을 가르쳐 주셨어요. 긍정과 희망의 신학은 저의 36년 목회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김 목사님과는 의형제 관계입니다. 두 분 모두 아주 쉽고 곧바로 적용할 수 있는 생활 속 설교를 하세요. 배울 점이 아주 많습니다. 닮고 싶어요.”

-교회 개척 이야기 좀 해주시죠.

“24세 때 시작한 농산물 유통업과 벽돌공장이 쫄딱 망하면서 자살을 3번이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자살하면 지옥 간다’는 말을 들은 게 있어 죽지는 못하고 기도원에 들어가 죽기 살기로 금식기도에 매달렸어요. 거기서 소명을 받은 다음 1972년 순복음신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개척은 1974년 11월 수원시 북수동 다락방에서 가마니를 깔고 시작했는데 강대상이 없어 앉은뱅이책상에 각목을 묶어 사용했어요. 성도라고 해봤자 아내와 저밖에 없었죠. 하지만 절대 실망하거나 낙심하지 않았습니다. 혼자 예배드릴 땐 분필로 가마니에 손들고 있는 성도들의 모습을 그리고 일일이 안수까지 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시작했는데 전도가 되던가요.

“1년 만에 88명이 등록했습니다. 초기 부흥의 비결은 신유의 역사와 주일학교, 새벽기도에 있었습니다. 귀신들린 사람과 알코올 중독자, 교통사고 환자 등이 낫는 역사가 나타났어요. 마을에서 누가 미치거나 정신 나갔다 하면 모두 교회로 보냈어요. 평일엔 동네 아줌마들을 도와 연탄재와 쓰레기를 청소차에 올려줬습니다. 누가 이사 오면 가서 짐도 나르고 도배까지 해줬습니다. 어린이 부흥성회와 여름성경학교를 통해 어린이들이 교회로 몰려들었고 자연히 부모 전도로 이어졌습니다. 새벽기도회 땐 지금 돈으로 수백만원을 놓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4년9개월 만에 처음으로 예배당을 건축했습니다. 우리교회는 정말 전도로 성장한 교회입니다.”

-지금도 전도가 되나요.

“무슨 일이든 안 되는 사람의 공통적인 특징은 방법을 찾지 않고 핑계만 댄다는 겁니다. 전도를 하려면 간 쓸개 모두 내놔야 해요. 지금도 저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무턱대고 ‘요즘 교회 왜 안 오시냐’고 물어봐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며 ‘어떻게 그걸 아시냐’고 되물어요. 이렇듯 주변엔 예수 믿다가 중간에 ‘탈락’한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우리말에 삼세번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333전도법’을 만들었습니다. 하루에 3명을 만나고 최소 30번은 찾아가며, 밥과 커피를 사는 데 3만원은 써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했는데도 상대가 복음을 거부한다고 해서 마음에 담아둘 필요는 없어요. 하나님의 백성은 무조건 낙관적이고 희망적이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지금도 하나님이 사람을 보내주신다는 거예요. 소문은 냄새와 같아요. 교회 안에 그리스도의 좋은 냄새가 풍기면 나비처럼 몰려들게 돼 있습니다.”

-목회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목회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고 하나님이 하시는 겁니다. 진실해야 하며, 눈물의 기도가 있어야 해요. 나무를 심으면 땅에 물을 주잖아요. 마찬가지로 강단에서 눈물을 많이 흘려야 합니다. 또 목회자 자신이 체험과 확신이 있어야 하며 현장에서 기적이 나타나야 해요. 사람을 좋아해야 하는데 심지어 나에게 피해 주는 사람까지도 말입니다. 그게 예수 정신입니다.”

-말씀은 좋습니다만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목사님께 피해 주는 사람도 사랑할 수 있던가요.

“개척 초기의 일입니다. 육사 8기 출신인 남자분이 중풍에 걸린 아내를 데리고 기도를 받으러 왔어요. 장소가 좁아 좀 더 넓은 데로 교회를 옮겼는데 한동안 이분들이 안 보이는 겁니다. 어느 날 아침식사를 하는데 이 남자분이 다짜고짜 방에 들어와 발로 밥상을 걷어찼어요. 자기들한테 교회를 옮긴다는 말도 안하고 갔다며 주먹을 마구 휘둘렀어요. 실컷 얻어맞은 다음 말했습니다. ‘저희가 그동안 사람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릅니다. 거지를 전도해 붙잡아 데리고 올 정도였습니다. 뭔가 큰 오해를 하시는 것 같은데 우린 예수의 이름으로 병든 사람과 가난한 사람, 문제 있는 사람이 문제를 돕기 위해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고요. 그 말을 듣곤 미안했는지 말없이 돌아가시더군요. 눈물을 많이 흘렸습니다. 목사는 나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그게 예수정신입니다.”

-순복음 교단이 3개로 나눠져 있습니다. 10년 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총회장을 지내지 않으셨습니까.

“우리 교단은 조용기 목사님과 여의도순복음교회를 빼놓곤 이야기할 수 없어요. 조 목사님과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없는 순복음 교단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줄곧 교회를 중심으로 헤쳐모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앞으론 기하성 여의도순복음 교단을 중심으로 하나될 겁니다. 교단이 살기 위해선 성령운동을 해야 해요. 순복음 교단의 핵심이 성령운동 아닙니까.”

-2007년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회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활동하고 계십니다. 최근 정부의 특정종교 편향적 예산정책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문수 경기도지사 후보가 템플스테이를 확대한다는 공약을 내놨어요. 그러면 공평하게 교회가 주최하는 아버지학교나 내적치유세미나에도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경기도 예산이 얼마나 된다고 지원하려는지 모르겠어요. 국민의 세금은 그렇게 마음대로 쓰는 게 아닙니다. 연합사업을 하면서 절실히 느꼈던 건데요. 이런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선 한국교회가 단합된 힘을 가져야 해요.”

이 목사는 “불 속에 오래 들어갈수록 금이 가치를 지니듯 사람도 고생의 빵을 많이 먹어볼수록 빛을 본다”며 “목회자가 목회를 제대로 하려면 인생의 쓰라린 고통 속에서 진액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 목사와의 인터뷰 내내 “고난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시 119:71)는 시편 기자의 말이 계속 떠올랐다.

수원=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