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학상 수상작가 정미경씨 소설 ‘아프리카의 별’

입력 2010-07-02 17:48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인간의 욕망

“그 여름, 북아프리카를 떠돌았다. 검은 황홀의 땅. 일정과 기후와 낯선 음식. 그 모두가 나의 육체적 한계를 요구하는 시간이었다. 목소리는 하루하루 작아지더니 어느 날 아침 바람소리처럼 흩어졌다.”(‘작가의 말’에서)

2006년 이상문학상 수상작가인 정미경(50)이 북아프리카 모로코를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 장편 ‘아프리카의 별’(문학동네)을 펴냈다. 질주하는 자본주의의 욕망을 다룬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2005) 이후 5년 만에 펴내는 세 번째 장편이다.

‘승’은 모로코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가이드를 하고 있는 중년 남성이다. 승은 자기에게 사기를 쳐 빚을 잔뜩 떠안기고 아내까지도 데리고 사라진 고교 동창 K를 찾아 이곳까지 흘러 들었다. K를 찾아내면 청부업자를 시켜 죽여버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 그는 K의 행적을 쫓던 중 한 가게에서 쥐의 형상을 한 심상치 않은 물건을 발견해 평소 알고 지내던 현지인 무스타파의 가게에 맡겨두지만 그 물건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된다.

아빠를 따라 모로코로 온 열여섯 살 소녀 보라는 ‘죽은 자들의 광장’이란 뜻을 갖고 있는 자마 알프나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헤나 타투를 하며 생활한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는 등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접고 아빠를 따라나서야 했지만 보라는 아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아프리카로 와야 했는지를 묻지 않는다. 보라 곁에는 모로코 소년 바바가 늘 함께 한다. 무스타파의 아들인 바바는 첫 눈에 반해 무엇이든 사주고 싶어할 정도로 보라를 좋아하지만 그런 집착 때문에 죽음을 맞는다.

바바는 사하라 북쪽에 아름다운 비밀 정원을 가진 프랑스 디자이너 로랑과 인연을 맺게 되고 그를 통해 새로운 삶에 눈을 뜨게 된다. 아름다움에 중독된 미술품 수집가인 로랑은 아름다운 걸 얻기 위해서라면 추한 탐욕까지도 서슴없이 드러낸다. “매번 자기 컬렉션의 마침표를 찍을 물건을 이제야 발견했다며 흥분하고 그걸 제 것으로 만든 후, 다시 새로운 어떤 것을 찾아 헤매는 사람”(260쪽)이 바로 로랑이었다. 그는 무스타파의 가게에 승이 맡긴 괴상한 물건이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걸 알아채 이를 사들이고, 결국 이 물건을 노리는 이들에 의해 죽음으로 내몰린다.

‘작가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 소설은 2008년 여름 아프리카 여행에서 태어났다. 한 달간 여행했던 북아프리카에 대한 기억들에 상상력이 버무려져 작품으로 탄생한 것이다.

작가는 “아프리카는 거리상으로나 심리상으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소설로 쓸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행을 다녀오고 몇 개월이 지나니 비어있는 퍼즐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상황이 짜맞춰졌다고 밝혔다.

소설은 아름다움에 탐닉하는 인간의 욕망을 그리고 있다. “욕망은 삶을 이끌어가는 견인차지만 동시에 삶을 파괴하고 죽음을 불러일으키기도 해요. 로랑, K, 바바 등 소설 속 인물들을 통해 욕망의 끝을 짚어보려 한 거죠.”

소설의 제목은 영국 왕실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다이아몬드의 이름으로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작가는 “욕망은 내 안에 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다”며 “우리를 망가뜨리고 타인에게도 상처와 슬픔을 주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 바로 욕망인 것 같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