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과학이야기] 유익균 또는 유해균 ‘두 얼굴’의 장내 세균
입력 2010-07-02 17:51
‘장내 세균’은 인류의 친구다. 장 속에 살면서 ‘제3의 장기’에 비유될 만큼 신진대사, 면역조절, 질병 유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장내 세균은 1000여종에 달한다. 특히 소장 끝과 대장에 많이 산다. 장 속에 100조∼1000조 마리가 존재하는데, 성인의 세포 수가 60조∼100조니까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장내 세균은 ‘두 얼굴’을 갖고 있다. 비피더스균 등 건강에 도움이 되는 유익균은 음식물의 소화를 돕고 변비를 방지한다. 면역 기능을 조화시켜 아토피 피부염과 알레르기 질환을 억제한다. 발암 물질을 분해, 흡착해 암(특히 대장암)을 예방한다. 반면 장염 등 급성질환을 일으키는 유해균도 있다.
장내 세균과 관련해 가장 흥미로운 것은 비만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내 세균은 98% 가량이 생물학 분류상 ‘피르미큐테스문(門)’과 ‘박테로이데테스문’에 속한다. 미국 워싱턴대 제프리 고든 박사는 2006년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은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의 비중이 90% 이상이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은 3%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고든 박사는 이 피르미큐테스문 세균이 소화가 잘 안되는 음식을 잘게 분해해 소장에서 흡수되기 쉬운 당과 지방으로 변화시켜 비만을 조장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만 환자가 1년간 저지방 저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체중이 줄고 박테로이데테스문 세균이 20% 선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뚱뚱한 사람이 꾸준히 다이어트를 하면 살이 빠지므로 장내 세균의 종류도 마른 사람과 비슷하게 변한다는 것이다. 동남원자력의학원 김민석 박사는 “아무리 운동과 다이어트를 해도 체중이 줄지 않고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사람은 장내 세균의 종류를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유익한 장내 세균을 유지하는 방법은 뭘까. 하나는 장내 세균에 좋은 먹이를 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세균을 죽이지 않는 것이다. 좋은 먹이는 과일 야채 해조류 등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 섬유다. 하루 25∼35g의 섬유질을 먹는 게 권장된다. 김 박사는 “나이들수록 비피더스균 등 장내 유산균이 줄어들기 때문에 유산균 음료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아울러 적절히 운동하면 장내 세균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반면 항생제와 이에 오염된 육류나 수산물, 진통제, 술, 탄산음료 등은 장내 세균을 죽이므로 삼가야 한다. 지방질과 단백질(특히 육류)은 소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독소를 만들고 장내 세균에 해를 끼치므로 과식하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스트레스도 장 운동에 변화를 가져와 장내 세균 수를 크게 줄이므로 잘 관리해야 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