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피살 여대생 현장검증…“납치신고 출동한 경찰 술먹고 코골며 잤다”

입력 2010-07-01 20:12

대구 여대생 납치살해 사건 당시 범인의 협박전화가 걸려온 피해자 집에 대기하고 있던 경찰 간부가 현장에서 술을 마신 것은 물론이고 잠을 자며 코까지 골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납치 살해된 여대생 이모(26)씨의 어머니 김모(50)씨는 1일 오전 경남 거창군 거창읍 당동마을 입구에서 있었던 현장검증을 참관한 뒤 “사건 발생 당일인 지난 23일 오전 7시46분쯤 금품을 요구하는 범인의 첫 협박전화가 걸려온 뒤 집으로 찾아와 대기하던 대구 수성경찰서 최모(48) 경위가 오전 11시쯤 소파에 앉아 1시간 가량 잠을 자며 코까지 골았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최 경위가 이어 오후 4시쯤 여경에게 5만원권 1장을 주고 소주 1병과 맥주 1병, 컵라면, 담배 등을 사오게 했다”며 “내가 상을 차려줬고 최 경위는 여경을 시켜 사온 술과 집에 있던 소주 1병을 모두 마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찰 측은 “최 경위는 전날 밤샘 당직근무를 한 뒤 곧바로 현장에 출동, 극도로 피로한 상태여서 소파에 앉아 대기하던 중 깜빡 잠이 든 것”이라며 “술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피해자 아버지와 함께 마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찰은 “최 경위는 오후 8시쯤부터 3시간가량 술을 마셨고 피해자의 아버지와 각각 소주 3∼4잔씩 마셨다”며 “오후 11시10분쯤부터 후속 근무자를 기다리며 20여분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잤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 아버지는 “최 경위가 먼저 술을 먹자고 했으며 나는 술을 못 마시지만 예의상 받았고 그는 소주 2병과 맥주를 마셨다”고 반박했다.

이씨의 한 친지는 “최 경위가 며칠 전 여경과 함께 다시 찾아와 무릎 꿇고 울며 빌고 갔다고 들었다”며 “경찰의 부실한 대처에 대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목숨을 잃은 사람과 가족의 한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경찰은 이 같은 유족들의 진술에 따라 최 경위에 대한 자체 감찰조사에 나섰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구 성서경찰서는 피의자 김모(25)씨가 이씨를 납치한 뒤 살해한 거창읍 당동마을 입구에서 현장검증을 실시했다.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에 흰색 마스크, 검은색 모자를 눌러쓴 김씨는 마네킹을 이용해 이씨를 살해할 당시 상황을 태연히 재연했다.

대구=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