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勞 부풀리고 使 줄이고… 최저임금 결정 방식 이대로 좋은가

입력 2010-07-01 22:57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될 최저임금을 결정하지 못한 채 법정 의결시한인 6월 30일을 또 넘겼다. 노와 사가 터무니없이 부풀리거나 줄인 요구안을 내놓고 버티면 공익위원이 절충안을 제시해 표결로 결정하는 관행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저임금위는 2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다. 노동계는 최초안(시간당 5180원)보다 인상폭을 줄여 올해 최저임금(4110원)보다 18% 올린 4850원을 제시했다. 당초 동결을 주장하던 경영계는 약 1% 인상된 4150원을 제시했다. 하투(夏鬪)를 앞두고 전초전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럴 바에야 최저임금 결정 공식을 정해 매년 자동적으로 인상되도록 하자는 대안이 부상하고 있다.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물가수준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 공식을 만들고, 예컨대 5년마다 경제실정과 임금격차를 감안해 적절히 수정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병희 선임연구위원은 1일 “노사정이 함께 결정하는 방식은 나쁠 게 없지만 합의에 이르지도 못하는 교섭방식은 너무 소모적”이라며 “일정한 장기적 목표를 설정해 단계적으로 실현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사정이 최저임금을 앞으로 5년에 걸쳐 중위(中位)임금의 60%로 높인다는 목표에 합의하면 인상분을 5로 나누어 매년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중위임금은 임금이 높은 순서로 줄을 세웠을 때 가운데 값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정권과 경제상황 및 노사 간 힘의 균형에 따라 큰 부침을 보였다. 1988년 최저임금제가 처음 도입된 이후 90년대 중반까지는 명목임금 상승률이 최저임금 상승률을 초과했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의 혜택을 누리는 근로자의 비율을 나타내는 수해율(영향률)이 점차 낮아져 98년 10.7%였던 것이 94년 2.1%, 98년에는 0.4%까지 곤두박질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최저임금은 연평균 10.1%나 인상됨으로써 같은 기간 연평균 명목임금 인상률 6.7%를 크게 앞질렀다. 어떤 시기에는 최저임금의 실효성이 낮아 최저임금제가 제 기능을 전혀 못했거나, 다른 시기에는 많은 사용자들이 최저임금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

최저임금 상승폭의 이처럼 큰 편차를 줄이기 위해 장기목표 할당제나 공식결정 방식이 부각되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의회는 2008년 집행위원회가 평균임금의 60% 수준을 최저임금으로 정하도록 회원국들과 합의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최저임금 공식을 만들어 매년 수정하는 방식에 대한 비판도 있다. 최저임금 공식은 임금, 노동생산성 증가율 등의 통계자료를 둘러싼 논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형남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공식을 도입하려면 먼저 업종별, 기업규모별, 연령별 임금 통계가 시급 통상임금 단위로 나와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번번이 투표로 결정하는 것은 큰 문제지만 우리나라의 노동 통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노동연구원 이 위원도 “어떤 임금 자료를 쓰느냐에 따라 신뢰성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면서 “노동부 자료에는 우리나라 최저임금의 상대적 수준이 과대평가돼 있는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는 과소평가돼 있다”고 지적했다.

Key Word : 타임오프제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사교섭, 산업안전 등 노무관리 성격이 있는 업무에 한해 근무를 인정하며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9년 말 노사정 합의에 의해 도입됐다.

임항 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