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대선 ‘메르켈의 굴욕’… 3차 투표끝 진땀勝

입력 2010-07-01 21:23


독일 대통령 선거에서 최종적으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집권 연정의 크리스티안 불프(51) 후보가 이겼다. 하지만 고전 끝에 거둔 승리여서 메르켈 총리의 정치 지도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보수연정의 균열도 가시화되면서 야당의 조기총선 공세도 드세질 전망이다.



30일 대통령 간접선출기구인 연방총회의 3차 투표 결과,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의 보수연정이 내세운 불프 후보가 623표를 얻어 사민당과 녹색당의 단일 후보 요아힘 가우크(70)를 제치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AP통신 등이 보도했다. 가우크 후보는 494표에 그쳤다.

현 니더작센 주지사인 불프 후보는 1, 2차 투표에서도 600표와 615표를 얻어 1위를 했으나 당선에 필요한 과반(623표) 확보에 실패했었다. 결국 단순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결정하는 3차 투표까지 갔다. 좌파당이 낸 루크 요힘젠(74) 후보는 3차 투표에서 기권했다.

◇자민당 반란표…연정 균열 가시화=1949년 이후 13차례 실시된 독일 대선에서 3차 투표를 한 경우는 이번을 포함해 3번뿐이다. 이런 이유로 디 차이트는 “메르켈 총리의 굴욕”이라고 선거 결과를 평가했다. 지난 10월 출범한 연정에 대한 불신임 투표라는 지적도 있다. 무엇보다 선거가 보수연정의 균열을 가시화시켰다는 점에서 독일 정계는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연방총회에서 집권 연정이 확보한 대의원 수가 644명임을 감안하면, 불프 후보의 득표수 623표는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에서 21표의 반란표가 나왔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조기총선 갈까=중도우익의 기민-기사당 출신 메르켈 총리는 지난해 9월 총선에서 재집권에 승리하자 사민당과의 대연정을 깨고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과 손잡았다. 그러나 보수연정은 출발부터 삐걱거렸다. 세금 감면 문제,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 등으로 이견을 보였고, 최근 유로존 재정위기 해결 과정에선 극명한 갈등을 드러냈다. 자민당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반대했으며, 재정적자 해소를 위한 정부 긴축 조치에도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보수연정이 8개월여 만에 붕괴하고 사민당과 녹색당 등 야당의 주장대로 조기총선이 실시될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공영 ARD방송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인의 53%는 현 연정이 2013년 총선 이전에 붕괴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까지 연정이 유지될 것이라는 응답은 40%에 그쳤다.

연정 불화의 책임이 주로 자민당 쪽에 있는 만큼 자민당 당수인 귀도 베스터벨레 부총리 겸 외무장관에게 책임의 화살이 돌아갈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메르켈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별로 흔들리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메르켈이 차기 총리 라이벌인 불프를 5년 임기의 대통령직에 앉힘으로써 ‘정치적 새장’에 가두는 데 성공했다는 시각도 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