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형평 + 수출 드라이브 + 부패 통제… 한국型 발전 ‘동력’
입력 2010-07-02 00:06
급성장 모델·특징 뭘까… 워싱턴서 국제학술회의
6·25전쟁으로 모든 것이 잿더미로 변한 지 60년. 이를 극복하고 이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우뚝 선 한국.
비약적 성장을 이룩한 ‘한국형 발전모델’의 원인과 특징은 무엇일까. 한국경제학회와 한국정치학회,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소가 공동 주최하는 ‘한국발전모델의 재조명’ 주제의 국제학술회의가 30일(현지시간)부터 이틀간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렸다.
학자들은 한국형 발전모델이 성공한 원인을 사회적 형평성을 동반한 성장, 수출 지향적 발전전략, 기술역량 형성과 고도화, 부패 통제 등 다양하게 꼽았다. 이 같은 원인들로 한국이 경제적으로 성공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한국형 발전의 원인·특징=이제민 연세대 교수는 다른 개도국에 비해 먼저 수출 지향적 발전전략을 강력히 밀어붙였고, 때마침 팽창하는 세계경제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다고 분석했다. 이는 경쟁력 강화로 이어졌고, 1979년 이후 개방과 자유화, 기술개발능력 배양으로 경제가 한 단계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사회적 형평성을 동반한 성장전략도 주효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원 교수는 농지개혁으로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사회적 저항을 예방했고, 교육개혁으로 양질의 노동력이 확보됐다. 사회적 형평성을 동반한 성장이 근면성을 더욱 촉진하는 선순환적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이근 서울대 교수는 지속적인 고도성장 배경으로 기술역량 형성과 고도화를 제시했다. 다른 전문가들이 정부 역할이나 수출주도성을 강조한 데 반해 “80년대 중반 이후 기업들의 연구개발비 증대 등을 통해 독립적 기술개발 능력을 갖춰 단순한 가격경쟁력에 의존한 수출에서 고부가 제품으로 지속성장을 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박복영 박사는 한국이 부패를 비교적 잘 통제했다는 점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한국의 국민소득이 110달러, 사하라이남 국가들의 소득이 113달러였던 1962년에 비해, 지금은 한국의 소득이 그들보다 20배가량 앞서 있다. 권위주의 정부가 민주주의를 억압하고 일부 정치 엘리트들의 부패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전반적으로 아프리카만큼 부패가 심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민주주의 수준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고려대 임혁백 교수와 최유정 박사는 조금 다른 시각에서 한국형 발전모델의 특징을 꼽았다. 두 사람은 한국이 민주화 이후에도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민주정부 무능론을 비판하면서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훌륭히 증명해줬다고 주장했다. 1987년 이후 성장률, 국내투자율, 무역수지 흑자 등이 권위주의 정부 때보다 나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이 민주화를 이뤄내지 못했다면 지속적 경제성장은 물론 국제환경변화 적응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개선점은=미국 하워드대 곽승영 교수와 한림대 이영선 교수는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취약점으로 해외 경쟁과 일자리 창출 실패, 소득격차 확대, 낮은 개방 수준을 꼽았다. 특히 한국의 대외개방 정도가 국내총생산(GDP)대비 수출액의 비율로 따질 경우에는 매우 높지만, 국내 가격과 해외 가격을 비교할 경우에는 아직 개방 수준이 낮다고 주장했다.
원조 수혜국에서 원조 공여국으로 변한 한국이 단순한 원조만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화여대 김지영 박사와 오하이오 주립대 칼루 교수는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이 막대한 해외원조에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못하는 건 취약한 제도적, 정치적 구조들이 효과적인 원조자금 사용과 개발정책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