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하반기 경영은 ‘수비형’… 돌발변수 많아 안전위주로

입력 2010-07-01 18:21

본격적인 경기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주요 시중은행은 하반기에 외형 성장보다는 위험을 피하고 현상유지에 주력하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 방침이다. 이는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등에 따른 대출 부실위험이 큰 데다 구조조정과 유럽 재정위기 등 돌발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의 올해 하반기 경영전략은 ‘리스크 관리’와 ‘적정 수익성 유지’로 모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예대마진이 개선되는 장점이 있지만 대출 부실 등의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어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민은행은 올 하반기 은행의 영업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보수적인 전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최기의 부행장은 “올 들어 주가가 갈팡질팡하고 부동산값이 떨어져 자산가치가 줄어들면서 대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면서 “대출자산이 부실화되지 않도록 숙박업 등 경기 민감성 업종에 대한 대출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24일 경영전략회의를 열어 하반기 전략을 확정할 예정인 우리은행도 외형 확대보다 균형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당초 경제성장률에 맞춰 대출자산 등을 늘릴 계획이었으나 자산성장 속도가 경제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균형 성장에 영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조만간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내실 경영에 초점을 둔 전략을 세우기로 했다. 권점주 신한은행 부행장은 “외형 확대가 아니라 실물경제의 회복 수준과 성장 등에 기반을 둔 내실 있는 발전을 지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상반기에는 신규 고객 증대와 수익성 확대에 역점을 뒀지만 하반기에는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은 “하반기에는 금리인상과 구조조정 가능성 등을 감안해 상반기 전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 기초체질을 강화하는 전략을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책은행들도 경기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고 있다.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창립 34주년 기념사를 통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성장전략에 대한 각국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등 아직도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리스크 요인도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전 임직원이 초윤장산(礎潤張傘)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윤장산은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편다’는 의미의 고사성어로 모든 일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기 마련이므로 작은 징조를 분석해 다가올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황일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