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능력 부족에 연예활동 흔들…박용하 자살 부른 ‘연예인 1인 기획사’ 알고보니
입력 2010-07-01 20:10
배우 박용하의 자살 원인 중 하나로 사업 실패가 거론되면서 연예인이 사업체를 경영하는 관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을 극대화하고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한 이점 때문에 연예인들은 소속사를 떠나 ‘1인 기획사’ 설립에 뛰어들고 있다. 하지만 철저한 준비 없이 독립하는 것은 사업에 대한 부담감만 키워 파멸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강남경찰서는 지난 30일 박용하의 자살에 대해 “고인은 아버지의 암 투병과 사업·연예 활동을 함께하는 것 등에 따른 스트레스로 술을 마신 뒤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씨는 2∼3일 주변 사람들에게 사업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의 죽음은 홀로 소속사를 차려 운영하는 연예인들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한 연예인은 “수익을 늘리고 맞춤형 사업을 벌이기 위해 홀로 사업체를 차렸는데 아무래도 경영하는데 좀더 신경을 쓰게 된다. 배우로서 활동만 하다가 회사의 자잘한 일을 신경쓰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데, 해결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배용준 김희선 이병헌 원빈 등 톱스타들이 1인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 요즘 연예계의 대세다. 문제는 1인 회사들이 배용준의 소속사 키이스트처럼 성공가도만을 달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경영 경력이 없는 연예인이 회사를 운영하다보니 작품 활동, 사생활까지 망치는 경우가 허다하게 발생한다.
박용하는 일본 머천다이징(MD) 사업과 팬미팅 건 등의 사업을 의욕적으로 벌이다 수억원의 손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회사를 설립한 Y씨와 금전 사고가 벌어지면서 자금에 대한 압박을 느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일은 경영의 전문성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외부 사람을 잘 믿지 못하는 연예계의 특성상 회사 경영은 오래 알아온 지인이나 본인이 맡게 된다.
매달 수입과 지출을 따지고 사업을 구상하고 투자하는 일의 연속이어서 경영 판단이 미숙할 경우 사업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순이익 105억원을 기록한 키이스트는 회계와 법률 분야에 전문경영인을 둬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 경우다.
연예인 8명이 소속돼 있는 중견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1인 기획사는 회계 마케팅 법률 등 각 분야의 이사들이 경영을 감시하고 조절하는 일반 기획사(YG엔터, JYP엔터 등)에 비해 견제 기능이 떨어진다”며 “사업 실패를 미연에 방지할 장치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연예인들은 이왕이면 같이 일해 온 파트너에게 믿고 맡기기를 원한다. 전문경영인은 아니어도 연예 산업의 특수성을 아는 지인을 알아보고 관계를 잘 유지하는 게 기획사 경영에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