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화문 복원이 工期에 쫓겨서야

입력 2010-07-01 17:45

수도 서울의 상징인 광화문이 눈앞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그림이 그려진 가림막으로 이미지를 대신하고 있으나 실물의 부재를 더욱 강조할 뿐이다. 서울의 또 다른 아이콘인 숭례문마저 공사 중이어서 광화문에 대한 그리움이 더하다. 시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광화문이 온전하게 복원되는 게 중요하다며 묵묵히 참고 있다. 이 기다림은 광화문 제 모습 찾기 선포식이 있은 2006년 12월 4일부터 시작됐으니 3년 6개월이 넘는다.

그러나 당국은 오히려 시민의식을 따라가지 못한 채 공사를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 문화재청은 “한·일 강제병합 100년인 올 광복절에 맞춰 원형 복원된 광화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초 완공 시점이 올 12월이었다가 G20 정상회의에 맞추기 위해 9월로 앞당긴 데 이어 다시 광복절 공개를 위해 7월 말까지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공기가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 자체가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같이 문화재 외적인 이유로 일정을 조정하다 보면 늘 졸속공사가 뒤따른다. 속도전은 문화재 복원의 적이다. 전통 건축물 복원에 필요한 공정이 무시되거나 편법이 적용되는 것도 다반사다. 벌써부터 공기에 쫓겨 궁장(宮墻) 등에 들어갈 기와를 덮는 데 필요한 건조 기간을 줄이거나, 문루 뒤 수문장청 등의 지붕을 원 설계도면과 다르게 복원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설계 내용을 바꾸면서 자문회의 한번 없었다는 증언도 있다. 공기 단축이 빚어낸 불상사가 아닐 수 없다.

문화재는 당대 국민들의 것만이 아니다.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만큼 소중하게 가꾸어 후대에 넘겨주어야 한다. 문화재는 관광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만도 아니다. G20 손님들은 잠시 머물다 떠난다. 문화재는 전시행정의 희생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광복절은 내년에도 다시 찾아오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문화재를 제대로 복원하기를 원한다. 문화재 당국은 개발연대의 드라이브 방식으로 문화재 공기를 조정하는 폐습을 하루빨리 버리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