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구의회 폐지 번복, 국민 우롱하나
입력 2010-07-01 17:45
정치권이 6월 임시국회에서 지방행정체제 개편 특별법안을 처리하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다. 이 법안은 여야가 지난 4월, 늦어도 6월 국회에서 통과시키기로 합의했던 내용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행정체제개편추진위원회를 설치, 특별·광역시의 구의회를 폐지하고 시·군·구를 통합해 광역화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여야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2년 전에 합의했던 도(道) 폐지의 경우 장기과제로 미뤘었다.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행정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도를 폐지하는 게 옳다. 다만 부작용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지난 4월 합의한 법안 내용은 관철돼야 한다. 당시 국민적 지지를 받았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세종시 수정법안 처리 논란 속에 이 법안의 처리를 외면하고 말았다. 해당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더구나 여야는 ‘4월 합의안’을 유명무실하게 하는 수정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의회 폐지 조항을 삭제하고, 대신 2013년 5월까지 개편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들은 구의원 선거의 경우 6.2 지방선거가 마지막인 줄 알았지만 폐지 여부 결정을 3년간 유보한 셈이다. 민주당이 이를 주도하고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가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주의 후퇴라는 논리를 들이댔다고 한다. 어불성설이다. 국민들은 구의회를 행정 비효율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주요 대도시 어디에도 구의회를 둔 곳이 없다.
정치권이 구의회 폐지를 외면하는 것은 6·2 선거에서 당선된 구의원들의 요구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들을 공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 국회의원들의 이해 또한 고려된 것이 분명하다. 구 의원의 평균 연봉(의정비)은 서울을 기준으로 4000만원이나 된다.
아직 늦지 않았다. 7월 임시국회라도 열어 구의회 폐지를 담은 특별법안을 처리하는 게 옳다. 그것이 국민의 뜻임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