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수정의 사진] 전쟁을 ‘기념’하는 법
입력 2010-07-01 18:19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이 명칭 변경에 관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본래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기 위한 공간인데, 전쟁을 기념하겠다는 이름 때문에 오해가 많았다는 게 설문조사 배경이다.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기념’은 ‘뜻 깊은 일이나 훌륭한 사람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마음에 간직하다’란 뜻. 전쟁은 우리가 다시 겪어서는 안 되는 뼈아픈 경험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뜻 깊은 일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 한 달 사이 6·25 60주년을 기념하는, 혹은 기억하는 숱한 사진전이 쏟아져 나왔다. 전쟁기념관의 ‘아! 6·25 DMZ’전, 대림미술관의 ‘경계에서’ 등 특별기획전은 물론이고 김녕만의 ‘분단의 현장에서 희망을 읽다’, 이상엽의 ‘이상한 숲, DMZ’까지 한국전쟁을 생각하는 2010년 6월의 열기는 꽤나 뜨겁다. 물론 이런 전시에 소개된 사진들은 모두 전쟁 자체를 다룬 게 아니라 전쟁 후 분단의 상처에 관한 것이다.
국방부가 주관한 ‘경계에서’는 주명덕, 강운구 등 원로 작가부터 백승우, 난다 등 주목받는 젊은 작가들까지 참여했다. 분단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 모처럼 개성 있는 사진들을 만날 수 있는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반면 이상엽과 김녕만의 사진전은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오랫동안 작업한 노력이 역력히 담긴 개인전만의 묘미가 있다.
전쟁 자체에 관한 사진과 전쟁을 모티브로 한 사진은 성격이 다르지만, 거리에서도 전쟁 관련 사진전들이 열렸다. 유엔 참전국 깃발들과 함께 전시된 6·25 전쟁 당시 우리의 모습은 그야말로 60년 전 우리가 처했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진 속 처참한 장면들은 전쟁에 대한 공포와 슬픔, 나아가 분노를 일으키며 그야말로 전쟁을 기념하게 만든다.
같은 사진이라 해도 어떤 의도로 어떻게 보여주느냐에 따라 사진전의 색깔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사실이다. 문화와는 가장 거리가 먼 전쟁을 계기로 이토록 많은 사진전이 쏟아진다고 생각하니 한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사진을 통해 전쟁을 기념하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를 자꾸 생각하게 된다.
얼마 전에 만났던 사진사(史) 연구자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남아 있는 사진 사료가 거의 없지만, 특히 6·25 관련 사진 중 북한군에 동조했던 사진가가 찍어놓은 사진은 찾으려야 찾을 수 없어서 사진사 연구의 공백을 메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좌우의 사진이 같이 있어야 연구에 짝이 맞는데 좌측에서 찍은 사진은 흔적조차 찾기 어렵다는 요지였다. 그는 연구자로서 이런 사진이 우리나라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풍토를 안타까워했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하거나, 전쟁의 흔적을 기록하거나, 전쟁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한 사진들과 함께, 사라지지 말아야 할 사진도 같이 만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때로는 기념하기 전에 기억하는 것도 필요하다.
<포토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