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OWE V 둘째날 지상중계-조동진 박사

입력 2010-07-01 17:07


[미션라이프]“여러분, 돈으로 선교하지 마십시오. 왜 현지인에게 돈 주고 선교하려 합니까. 초기 한국교회는 돈으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 한국 선교는 초기 한국교회가 가진 유산으로 돌아가 현지 지도자를 키워내 이양하는 데 힘을 써야 합니다.”

한국 선교학의 원로, 조동진 박사가 제5차 세계선교전략회의(NCOWE V) 둘째날인 1일, 선교 지도자와 선교사 앞에서 한국 선교의 물량주의와 선교사 중심주의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 박사는 100년 전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에서 발표했던 새뮤얼 마펫 선교사의 리포트 내용을 인용, “한국교회는 어느 교회도 교회를 세우기 위해 선교사들에게 돈을 요구한 일이 없다. 민족 복음화를 위한 교회 설립은 그 어떤 교회도 자신들의 헌금으로 세운 교회를 통해서만 이루어진다고 한국 그리스도인들은 믿고 있었다”며 “마펫 선교사가 소속된 선교부 관할 지역에 세워진 840개 교회 중에 교회 건축을 위해 선교사의 돈을 요구한 교회는 단 한 곳도 없었다”고 말했다.

서구적 선교모델에 대한 무비판적 수용론 역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교회가 가진 선교의 유산에도 불구하고, 서구적 전략과 모델을 절대적인 것으로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조 박사는 “서구교회의 잘못은 복음화 대신 서구화를 먼저 시킨 데 있다”며 “한국교회는 서구화된 전략과 패턴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형 선교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서구화를 탈피해 복음화를 지향해야 한다는 강조인 셈이다.

그는 하나의 사례로 서구 선교 전략에 사용됐던 용어의 변천을 언급했다. “제국주의시대 속에서 현지인들은 ‘네이티브스’로 불렸고 전쟁 이후는 ‘내쇼날’로, 70년대는 ‘피플’로 변했다”며 “한국인 이름이 지난 100년 간 3번이나 변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박사는 이 대목에서 자신의 절친한 동료이기도 했던 고 랄프 윈터 박사도 거론하면서 무조건적 서구 선교 이론 수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윈터 박사는 ‘종족 운동’을 강조하면서 선교대상으로 ‘미전도종족’을 주장했고 ‘전방선교’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전방선교’란 서구인들의 정복적 전략 용어이며, 특히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지대를 위한 개척정책을 위해 써오던 용어들입니다.”

조 박사는 “초기 한국 교회의 전도와 선교 패턴은 사도적 선교와 마찬가지로 강력한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랐으며 민족 자생적인 것이었다”고 평가하고 사도적 선교와 초기 한국교회의 선교 패턴에서 한국형 선교의 실마리를 찾을 것을 말했다.

그가 제시한 사도적 선교의 원형은 △나라 없는 무리, 가난한 무리, 핍박으로 말미암아 흩어진 무리들의 선교 △약하고 억압받는 민족들이 강하고 부한 민족, 그리고 여러 민족을 통치하던 로마 제국 권력을 향한 선교 △모든 민족과 언어와 문화에로 이동하는 순회(itinerant)선교 △다시 오실 예수 그리스도를 증거하고 기다리는 종말론적 선교, △선교가 곧 순교로 이어지는 선교였다.

또 초기 한국 교회 선교의 원형은 △억압받고 버림받은 나라 잃은 민족들의 선교 △나라 밖으로 흩어진 무리들이 두루 다니며 전파하는 선교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자원하여 나서서 전파하는 자원선교였으며 자비량 선교 △먼저 자신을 헌신하고 자기 소유를 아낌없이 바치는 선교 △핍박과 옥에 갇힘을 두려워하지 않는 순교적 선교였다.

조 박사는 한국적 선교의 패턴으로 “선교, 사도적 방법을 기초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를 향한 종말론적 선교 로드맵을 위한 네비게이션을 개발함으로서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이어진 주제 강의는 에든버러세계선교사대회 이후 한국교회와 선교의 발전에 대한 고찰이었다. 안희열 침신대 교수는 초기 서구 선교사들의 교훈에 대해 발표했다. 안 교수는 “선교의 꽃은 사람을 키우는 것인데 초기 선교사들은 프로젝트가 아닌 사람을 세웠다”며 “평양 장대현교회 길선주 목사의 회개 모습을 봤던 서구 선교사는 길선주 목사에게 교회를 위임했고 토종 목사 한 명을 세우니 선교사 100명이 하는 일을 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한 사람’ 길선주 목사는 이후 800명의 목회자와 60개의 교회를 세웠고 최초의 선교사였던 이기풍 목사를 제주도 파송하기도 했다.

선교 기지식 접근법에 대한 반성도 언급됐다. 선교 기지는 일종의 선교사 주둔지로 교회, 병원, 학교 등을 한 군데 모아놓고 현지인들로 하여금 기지에 모이도록 하는 방법이다. 선교기지는 100년 전 서구 선교사들의 공통된 선교 방식이었다. 이는 계몽주의적 사고방식에서 나온 것으로 현지인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쳐야 하고 도와야 한다는 패러다임에서 나온 것이다.

안 교수는 “에든버러대회에서 이 같은 방식에 대한 아무런 반성이 없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라며 “아쉬운 것은 이런 선교방식을 오늘날 한국 선교도 반복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네비우스선교정책에 대해서는 “한국형 네비우스선교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특히 초기 한국교회에 적용된 자립 선교는 전 세계적으로 탁월한 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