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택리지-살고 싶은 곳’ 펴낸 신정일 ㈔우리땅걷기 대표
입력 2010-07-01 17:33
“30년간 전국 답사 우리 땅에 깃든 사연 담았죠”
“조선시대 실학자 이중환(1690∼1756)이 택리지(擇里志)를 쓴 지 250년이 흘렀습니다. 그가 다닌 흔적을 일일이 따라가며 우리 땅에 깃든 다양한 사연들을 정리해 담았습니다.”
문화사학자이자 도보여행가인 신정일(56) ㈔우리땅걷기 대표가 ‘신정일의 신(新)택리지-살고 싶은 곳’(타임북스)을 펴냈다. ‘두 발로 쓴 대한민국 국토교과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택리지’를 교본 삼아 30년간 전국을 답사한 끝에 내놓은 종합적인 문화역사지리서다. 수십 년 동안 공력을 들인 인문기행의 완결판이자 내년 초까지 모두 10권으로 완간할 ‘신정일의 신택리지’ 시리즈의 첫 권으로 ‘택리지’의 ‘복거총론(卜居總論)’을 위주로 해 그 요지를 현대적인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복거총론’에서는 사람이 살 만한 곳의 조건으로 지리(地理), 인심(人心), 생리(生利), 산수(山水) 등 4가지를 꼽지만 이와 같은 조건이 완전히 부합되지 않더라도 아주 나쁘게 평하지는 않았다. 그중 한두 가지가 부족한 곳이라면 이를 보완해 이상향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신 대표는 이 책에서 산줄기와 하천을 중심으로 우리 국토를 파악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경제활동을 자세하게 풀어낸다.
그는 도보여행가로도 이름이 높다. 80년대 중반부터 30여년 간 한강 낙동강 금강 섬진강 영산강 만경강 동진강 한탄강 등 전국의 주요 강을 자주 걸었고, 크고 작은 400여개의 산을 오르내렸다. 영남대로 삼남대로 관동대로 등 옛길을 따라가며 곳곳에 있는 문화유산과 그 땅에 뿌리내린 삶을 만났다.
“신택리지에는 전국 각지 마을의 역사와 문화, 지리, 풍속, 인심 등을 빼곡하게 담겨 있지요. 이중환이 언급한 지역들을 답사하면서 옛날의 모습을 떠올려보고, 오늘날의 변모상을 되짚어 봤습니다.” 그는 “이중환이 살았던 당시와 비교하면 세상의 풍속과 만물은 몰라보게 변했다”며 “그가 살 만한 곳이라고 여겼던 계곡이나 강가뿐 아니라 사는데 적합하지 않은 곳이라 했던 바닷가에는 별장과 콘도를 비롯한 숙박업소와 음식점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고 설명했다.
“요즘 들어 생명사상과 환경문제가 대두되면서 산과 강이 새롭게 조명되고 있지만 이 시대에 맞는 ‘택리지’가 다시 씌어지지는 않았지요. 신택리지가 우리가 두 발로 선 이 땅을 자연과 사람 모두가 더불어 사는 명당으로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라동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