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인강 (24·끝) 어떤 고통에서도 그 분을 믿는다면 결국 성공한 인생

입력 2010-07-01 17:55


내 인생이 어쩌면 단순한 회색빛 같을 지라도, 내가 선택한 길이요, 내가 좋아하는 좁은 길이기에, 내게는 화려한 색채를 띤 창조의 길이다. 그 길은 사랑의 길이요, 소망의 길이며, 가장 아름다운 길이다.

나는 매일 거의 똑같은 봉천동 길을 다녔다. 지금은 홍릉의 연구소 길을 매일 걷는다. 집과 학교까지의 거리는 5분 이내. 그러나 내가 거닐었던 파리의 골목길보다, 스위스의 어느 작은 마을 길보다, 부다페스트의 도시와 강이 내려다보이는 산길보다 나는 이 길을 더 사랑한다.

매일 같은 길을 오가지만 내일은 더 의미 있는 일로 채워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고 또 다른 대화를 할 것이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형제로, 그러나 가장 강한 성령의 의지로 이 자리에 서 있다.

미래에 어느 곳에 있을지 나는 알지 못한다. 이곳에 머물러 있을지, 다른 곳으로 갈지, 한국에 있을지 외국에 있을지. 다만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이 시대와 나에게 주어진 삶을 거룩하게 살아갈 것이다. 예수님이 그리하셨듯이 내가 처한 사회에서 사람들을 위로하며 복음의 능력을 그들의 삶 속에 전할 생각이다.

루이스(C S Lewis)가 그의 책에서 현재는 영원의 접점이라 했던 것처럼, 나도 영원의 접점인 현재에 항상 충실할 것이다. 나는 어떤 작곡가의 행동을 항상 기억하며 살려고 한다. 그는 곡을 쓸 때 마음에 안 들어도 결코 중간에 그 곡을 버리지 않았다고 한다. 일단 곡이 완성된 후에야 곡을 버릴지 발표할지 결정했다고 한다.

나도 나의 인생이 완성될 때까지는 나의 인생이 어떤 작품이 될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충분히 땀을 흘렸으면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초라할지라도 하나님은 나의 겸손히 노력한 삶을 명품이라 칭찬하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브라함의 나그네 인생을 항상 생각한다. 그가 때로는 비겁하고 소망의 닻을 내리고 싶었을 때마다 하나님은 하늘의 별을 보여주셨다. 바닷가의 모래를 세게 하며 약속을 상기시켜 주고 사그라진 믿음의 불씨를 다시 활활 타오르게 하셨다. 그는 한때 생명을 부지하려 자신의 아내를 누이라 하였던 적도 있다. 그 연약하였던 아브람이 100살에 얻은 자기의 생명보다 귀한 이삭을 하나님의 전에 바쳤던 믿음의 조상으로 거듭났다.

그는 25년을 하란에서 가나안으로, 가나안에서 애급으로, 애급에서 가나안으로 장막을 수십 번 이동한 나그네였다. 그는 나그네였기에 땅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님이 가라 하면 장막을 거두어 떠났다.

약속한 땅을 향해 그는 영원하신 기업이 가나안땅도 아니요, 자신의 대를 이을 이삭도 아닌 여호와 그분 자체이심을 깨달아 갔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는 이삭을 하나님께 올려드릴 수 있었을 것이다. 사실 하나님 아니었으면 얻지 못했을 아이였다. 모든 것이 하나님에게서 주어졌기에 그는 이삭을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없음을 너무나 잘 알았다.

우리가 나그네 인생을 살며 궁극적으로 배워가는 것이 우리의 영원한 기업이 여호와라는 사실이다. 나는 지금 경기도 의왕 요양원에 계시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부르는 찬송구절 ‘나의 영원하신 기업’을 내 영혼에 새기며 기도하고 있다.

연재를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고통과 절망 속에 있더라도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시길 바란다. 처절한 인생의 바닥에 있더라도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하나님을 믿고, 그분의 팔을 놓지 않는다면 우리는 결국 성공한 인생이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