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도 기술이 필요해!… ‘쉬나의 선택실험실’
입력 2010-07-01 17:33
쉬나의 선택실험실/쉬나 아이엔가/21세기북스
“자유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다. 자기 자신한테 선택의 대안을 만들어줄 수 있는 권리다. 선택의 가능성이 없다면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그저 무엇인가의 일원이나 도구, 사물에 지나지 않는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1892∼1982)가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사소한 것이든 중요한 것이든, 잘된 것이든 잘못된 것이든, 하나하나의 선택이 쌓여 인생이라는 커다란 물줄기를 형성한다. 이렇게 중요한 선택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관심이 있고,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가. 선택할 때 나는 왜 그런 생각과 판단을 한 것일까? 나는 왜 그토록 자주 내 선택에 실망할까? 후회하지 않는 선택은 없을까? 선택에 대한 궁금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만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아 시원한 답변을 얻기는 쉽지 않다.
선택 분야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쉬나 아이엔가 컬럼비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수많은 심리실험과 연구를 통해 선택에 관해 쏟아진 질문에 답을 시도한다. 선택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과 선택이 왜 그토록 큰 영향력을 미치며 그 힘은 어디서 오는지, 어떻게 하면 선택이라는 도구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망망대해에서 배가 뒤집혀 76일간 표류하다 구조된 한 남자의 사례를 들어 우리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 선택의 힘을 강조한다. 1982년 실제 있었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스티븐 갤러헌은 ‘새로운 생명을 향해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자신이 죽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것인가’하는 갈림길에서 ‘가능한 오래 발버둥치기’를 선택했고, 그것이 생존의 비결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점에서 “선택은 엄청나게 강력한 힘을 가지며,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의 본질적인 결정자”라고 말한다.
그러나 선택은 자신과 환경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강조한다. 개와 쥐를 대상으로 한 여러 실험을 통해 사람들은 통제력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하며 그러한 경험이 선택의 가능성을 약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저자는 또 문화와 인종에 따라 선택에 대한 선호도가 차이를 보이는 점을 지적한다. 미국과 일본의 대학생 각각 100명을 대상으로 삶의 영역에서 선택권을 갖고 싶은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물어본 결과, 일본 학생들은 자신이 선택하기를 원하지 않는 영역의 목록이 미국 학생에 비해 두 배 가량 많았다고 소개한다. 또 미국 학생들은 일본 학생들에 비해 삶의 영역에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기를 원하는 항목이 4배나 많았음을 들어 서양인이 동양인에 비해 선택에 보다 적극적이라고 주장한다.
또 선택의 기회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선택을 하면 할수록 만족도는 떨어지는, 선택의 역설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선택의 여지가 많을수록 무엇인가를 희생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심리적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이다. 포기해야 했던 것에 대한 후회 때문에 선택한 대안을 즐기는 기쁨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어쩌면 잃어버린 선택지들에 대한 후회의 총합이 선택한 대안이 주는 기쁨을 초과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울러 선택의 함정들을 소개하고 어려운 선택들을 사려 깊게 탐색해 나간다. 사랑하는 아이의 생명유지 장치를 제거하는 일이나 딸을 가스 처형실로 보내는 절망적인 선택 등을 제시하며 그 순간에 고려해야 할 일들을 살핀다.
선택의 모든 영역에서 전문가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다른 사람의 전문성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운다면 좀더 의미있고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선택은 일종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갈림길이면서도 막연하게만 느꼈던 선택이란 개념에 대해 숙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우리에게 자신의 선택 성향을 판단하게 도와주며 선택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선택의 방법들을 알려준다. “선택은 우리가 삶을 만들어나가도록 도와준다. 우리는 선택하는 주체이며, 또한 선택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선택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바로 거기에 선택의 힘과 신비 그리고 그 독특한 아름다움이 숨어 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