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김병삼 만나교회 목사] “책 속 알곡 털어 컴퓨터 창고에 쌓지요”

입력 2010-07-01 21:00


동선(動線)이 서재다. 교회 7층 기획실 한쪽 벽과 목양실을 주 서재로 쓰고 있다. 애지중지 여기며 오랫동안 소장하고 있는 책도 없다. 읽지 않는 책을 그냥 꽂아 두지도 않는다. 하루에도 여러 권의 신간이 들어오지만 그리 오래 머물지 않는다. 설교나 목회에 도움을 주지 않는 책은 성도들에게 준다. 손길이 닿은 책이라고 다 살아남지도 않는다. 독서카드에 흔적만 남긴 채 김 목사의 곁을 떠난다. 이렇게 버린(?) 책이 몇 수레는 넘는다 한다. 6월 마지막 주말, 교계에서 ‘감리교의 삼성’으로 불리는 경기도 성남시 야탑동 만나교회 김병삼 목사의 서재를 찾았다.

책상엔 커다란 모니터 두 대가 독서대 모양으로 자리잡고 로그인을 기다린다. 소문대로 김 목사는 멀티태스킹(다중작업)형 목회자다.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한다. 책 읽기도 마찬가지다. 스크랩이나 인용할 내용은 곧바로 컴퓨터에 갈무리한다. 왼쪽 모니터 앞엔 브리태니커 사전이 내장된 ‘아이폰 비서’가 그의 터치를 기다리고 있다.

김 목사는 신간 서적의 흐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수시로 온라인 서점에 들어간다. ‘설교는 생명’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사활을 건다. 책 한 권 제대로 읽고 요약하는 데 하루 걸린다. 어른 손바닥 두 개 크기의 카드에 알곡만 촘촘히 정리한다.

김 목사는 십여 권의 책을 뽑아놓고 영성과 경영의 두 가지 카테고리로 소개했다. 책을 선택할 때 우선 저자가 누구인지 본다. 마음에 드는 이가 쓴 책이면 모두 선택한다. 후안 카를로스 오르티즈 목사가 쓴 ‘제자입니까’ 시리즈가 그 대표적이다. 이 책은 교회의 모든 지체들에게 실질적인 예수님의 명령인 제자의 삶을 사는 길을 가르쳐 준다. ‘제자의 도’가 핵심이다.

‘믿음은 행동이 증명한다’는 우리의 믿음을 명쾌하게 해준다. 남을 돕고 칭찬하며 예수처럼 사는 것이 믿음의 생활이라는 것이다. 믿음이 없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조안나 위버의 ‘마리아의 영성 갖기’는 영성이 무엇이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성공하는 사역자의 7가지 습관’은 매사에 정리가 안 돼 고민하는 목회자들에게 반가운 책이다.

‘그 길을 걸으라’는 가장 많이 인용하는 책이다. 인사이트가 좋고 새로운 각도에서 본다. 아브라함이 아들 이삭을 하나님께 드리려고 모리아산으로 가면서도 담담하게 걸어가는 모습을 그렸다.

토저가 쓴 ‘세상과 충돌하라’는 타협하지 않는 사람, 지나치지 않을까 할 정도로 강직한 신앙을 가질 것을 촉구한다. ‘이것이 성공이다’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크리스천의 성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며, ‘이것이 예배이다’는 하나님 중심으로 참된 예배가 뭔지를 알게 하는 책이다.

김 목사는 또 토미 테니의 ‘하나님의 관점’도 강력히 추천했다.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은 목회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틀을 제시한다. ‘사막을 건너는 여섯 가지 방법’은 사막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막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지훈의 ‘혼창통’은 교회가 잊지 말아야 할 정신이 무엇인지, 교회는 왜 존재하는 지, 소통이 없으면 어떤 것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열매 맺는 지도자’ 등 존 맥스웰의 책은 다 좋기 때문에 무조건 읽는다.

1999년부터 지난 12년 동안 ‘열린예배? 현대예배!’ ‘예수 믿지 않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교회’ ‘구약개관’ ‘신약개관’ 등 19권을 펴냈다. 최근에는 ‘내 맘대로 안 되는 내 인생’을 펴냈다. 교인들 설문조사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풀어냈다. 한 달도 안 됐는데 벌써 3쇄를 찍었다. 우리 인생의 핫이슈인 출생, 양육, 결혼, 죽음 등의 문제를 신앙의 입장에서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를 설명한다.

책은 지금까지 3번 정리했다. 1993년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에 거의 다 정리했었다. 또 98년에 돌아올 때 역시 빈손이었다. 한국에 와서 내 길이 목회자라고 결정하고 2002년에 또 버렸다.

책은 자꾸 쌓인다. 욕심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이 모았다. 책을 흘려보내지만 자료는 남긴다. 설교 준비할 때 책 낼 생각으로 독서카드를 꼼꼼하게 만든다. 인용하려는 책들은 모조리 메모한다. 강의용 카드, 주제별, 설교 강의에 필요한 것 등으로 갈무리한다.

책 읽는 습관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들였다. 다리가 부러졌었다. 깁스하고 움직이지 못하자 일곱 살이 많은 형이 서울 청계천 헌책방에서 추리소설들을 사줬다. 명랑소설 얄개전. 무협지, 세계문학 전집 등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는 돌아가신 부친 김우영 목사에 대해 머리가 참 좋으신 분이라 회고했다. 그러나 김 목사는 자신은 머리가 좋지 않기 때문에 자료를 철저히 준비하고 수차례 반복해서 외운다고 했다. 설교 원고는 최소한 5번 정도 보는 것이 기본이다. 언제, 어디를 가든지 아이폰과 넷북은 필수 휴대용품이다. 그는 움직이는 서재였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