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한복판에서 자급자족의 모험이 시작됐다!… ‘내 뒷마당의 제국’
입력 2010-07-01 17:29
내 뒷마당의 제국/매니 하워드/시작
미국의 요리 평론가이자 잡지사 기자였던 매니 하워드는 도시 속에서 ‘귀농’하는 기상천외한 시도를 한다. 생활 터전인 뉴욕을 떠나지 않고도 손수 재배한 작물로 일상을 영위하는 자급자족의 삶을 실천하는 것이다.
‘내 뒷마당의 제국’은 매니 하워드가 도심에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기르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 뉴욕 자기 집 뒷마당에 농장을 세우겠다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꿈을 향해 돌진하는 한 남자의 모험담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저자는 ‘뉴욕매거진’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까지 ‘로커보어(locavore)’의 뜻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뉴욕매거진’은 저자에게 뒷마당에서 6개월 간 먹을거리를 기르고 최소한 한 달은 거기서 재배한 것만을 먹고 사는 ‘로커보어’의 삶을 제안한다.
‘로커보어’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사육된 식품만 소비하는 사람이나 그런 운동을 뜻한다. 식품의 복잡한 생산 공정과 수많은 선적과 하역으로 인한 에너지소비와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자는 취지다.
저자는 자급자족 삶의 고단함을 모른 채 그저 아이에게 좀더 신선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 부모의 심정에서 제안을 덜컥 받아들인다. 평소 실험실처럼 작동하는 글로벌 식품 산업의 기계화에 소름돋곤했던 그였다. 또한 딸아이가 사춘기에 이를 때까지 정상적으로 크는 데 도움이 된다면 조금 비싼 돈을 들여서라도 풀만 먹여 키운 쇠고기나 호르몬이 들어 있지 않은 우유를 기꺼이 구매할 의향의 소유자였다.
취지에 대한 공감만으로 일을 벌인 저자는 상상 이상의 고난에 성질을 내기도 하고 땅바닥에 철썩 주저앉기도 한다. 스무평 남짓한 뒷마당에 농장을 만드는 일 자체가 무모한 도전이다. 흙을 뒤엎고 울타리를 만드는 기초적인 작업부터 벽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마당에 심어진 나무를 베어내는 일 갖고도 부인과 사사건건 싸우면서 작은 일부터 틀어지는 것이다.
단백질을 확보하려고 결심한 가축 기르는 일도 시작부터 험난하다. 가축우리를 짓다가 손가락이 잘리고 힘껏 키워놓은 작물들은 토네이도가 닥쳐서 모두 엉망이 된다.
농장을 만들면서 저자는 기계공, 건설 인부 등 고된 직업군의 일을 경험한다. 2미터가 넘는 구덩이를 파내고 경사진 도랑을 여러 개 파내는 작업은 흙을 구하는 일에 비하면 쉬운 편이다. 지형을 갖춰놓은 후에는 도심의 흙을 걷어내고 양질의 토양으로 교체해야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흙이 얼마나 독성이 많은지 그 땅에 농사를 고민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그 흙에서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저자는 모든 흙을 교체하는 대규모 작업을 벌이는 것이다.
초기를 지나 중반을 접어들면 저자는 생명과 공존하는 법을 고민하며 농부의 심성을 닮아간다. 특히 토끼를 기를 때 저자는 토끼를 기른 정과 먹어야 하는 실리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아이들이 토끼랑 함께 놀고 배워가는 모습을 보며 기뻐하다가도, 어느 순간 토끼는 단백질을 공급하는 매개라는 사실에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이다.
좌충우돌 농부 체험기는 종국에는 음식의 소중함을 넘어 이 세계가 물건을 소비하는 방식을 고찰하게 해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간단히 시켜 먹는 음식들 속에 얼마나 많은 이해 관계가 있는지 알게 된다. 또한 음식이 땅에서부터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 전적으로 관여하는 과정의 고됨과 소중함도 깨달을 수 있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