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노 比대통령 취임 “부패 척결”
입력 2010-06-30 18:48
“오늘은 국민의 호소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정권과 결별하는 날로 기록될 것이다.”
베니그노 노이노이 아키노 상원의원이 30일 제15대 필리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밝힌 일성이다.
아키노 대통령은 수도 마닐라의 리살공원 퀴리노 그랜드스탠드에서 친지들과 50여만명의 지지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선서를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아키노 대통령이 직접 작성한 취임사에서 가장 강조한 대목은 부정부패 척결이다. 그는 “부정부패로 난파된 필리핀을 깨끗한 정부의 길로 인도하겠다”고 선언했다.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의 비리 의혹을 정면으로 파헤치겠다는 공언이다. 이와 관련, 아키노 대통령은 29일 진실위원회 구성을 약속했다.
2004년 대통령선거 부정의혹, 3억2900만 달러(약 4000억원)에 달하는 중국 기업과의 고속 데이터 통신망 계약 관련 비리의혹 등 아로요 전 대통령의 9년여 집권기간 불거진 각종 의혹들이 조사대상이다.
아키노 대통령은 또 “가난을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전체 인구 9200만명 중 3분의 1이 극심한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다. 여기에 확대되고 있는 재정적자,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이슬람 반군, 군부 내 파벌 척결 문제까지 아키노 대통령의 앞날이 순탄해 보이진 않는다. 그는 전날 AFP와의 인터뷰에서 “슈퍼맨도 재임기간인 6년 안에 필리핀 사회의 뿌리 깊은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하기도 했다.
아키노 대통령은 국방장관에 볼타이레 가스민 예비역 대장을 새로 임명하는 등 내각을 일부 개편했다. 가스민은 아키노 대통령의 모친 코라손 아키노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군부 최측근으로 7차례의 쿠데타 기도를 분쇄한 인물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