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땅 서안지구… 가자보다 참혹
입력 2010-06-30 21:05
국제적 관심이 가자지구에 쏠리는 사이 ‘빈곤의 주머니(Pockets of poverty)’를 갖고 있는 이스라엘 의 북동쪽에 있는 웨스트뱅크(요르단강 서안)는 잊혀졌다.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는 국제기구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 ‘벼랑에 선 삶(Life on the Edge)’을 인용해 웨스트뱅크가 가자지구보다 더 심각한 빈곤과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고서는 2008년 12월∼2009년 1월 가자지구, 웨스트뱅크 등 팔레스타인 지역의 교육, 식량 배급 등 생활 전반을 다뤘다.
웨스트뱅크는 가자지구와 함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미국의 중재로 합의를 본 자치지역이다. 국제법상 어느 나라의 영토도 아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스라엘 군의 통제 아래에 있다.
이스라엘 군의 폭격으로 웨스트뱅크의 집과 도로, 배수시설은 파괴됐다. 농작물을 심을 토지 개발도 허용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천막생활을 해야 했고, 깨끗한 물조차 마실 수 없었다.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한 아이들은 설사와 폐렴으로 목숨을 잃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가자지구에 비해 인도적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지난달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국제구호선단 공격사건으로 가자지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면서 웨스트뱅크의 시련은 완전히 잊혀졌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웨스트뱅크에 대한 국제 원조는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안타까워했다. 팔레스타인 지부의 살람 카난은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원조에 집중하면서 웨스트뱅크 지역 어린이들의 빈곤은 잊혀졌다”고 말했다.
웨스트뱅크 내에서도 이스라엘의 통제를 받는 C지역은 이스라엘군 폭격으로 무너진 집과 학교, 배수로 및 도로의 복구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콩나물시루 같은 임시교실에 모여 앉아 공부하는 처지다.
국제사회에선 C구역이 위기의 정점까지 왔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 주민의 61%가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웨스트뱅크 주민은 79%나 된다고 호소했다. 또 이 지역 84%의 가정이 생계유지를 위해 국제사회로부터 식량 지원을 받고 있으며, 어린이 44%는 영양 실조로 고통을 받았다. 10명 중 1명은 저체중 증상을 보였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NA) 관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평화협상이 위기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이 더 이상 토지를 빼앗고 집과 도로를 폭파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