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돌아왔다… 권익위원장 사의, 은평을 출사표

입력 2010-06-30 18:28

이재오가 정치권에 돌아왔다. 그의 컴백 소식에 여당 핵심 당직자는 “이재오답지 않게 용케도 오랫동안 잘 참아냈다”고 말했다. 친이계는 물론, 친박계에서도 “오래 나가 있었다. 이쯤해서 돌아올 만하다”는 게 대체적 반응이다.

이 국민권익위원장이 30일 사직서를 내고 서울 은평을 재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여의도 정치에 복귀하는 것은 18대 총선 낙선 이후 2년2개월 만이다.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으로서, 만신창이가 된 여당을 추스르고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대권을 향한 긴 도전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해석된다.

차후 행보의 관건은 은평을 선거다. 승패에 따라 독배가 될 수도, 도약의 발판이 될 수도 있다. 여당은 일단 ‘대주주’의 컴백무대인만큼 대대적인 지원을 할 태세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의 민심이 반영되는 첫 선거인만큼 당의 사활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의 화합을 위해 전당대회 불출마라는 쉽지 않은 결단까지 한 만큼 친박계도 일부러 태클을 걸지는 않을 태세다. 다만, 이미 낙선운동을 예고한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친박계 팬클럽이 어떻게 나올지가 문제다.

아울러 야권도 은평을 승리를 위해 벼르고 있어 녹록지 않은 선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위원장 카드에 맞서 민주당이 김근태, 손학규 상임고문 등의 거물급 후보를 내세울 것이란 얘기도 있고, 깜짝카드 영입설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인물 대결이 아닌 ‘정권심판 구도’로 선거전이 펼쳐질 경우 현 정권의 상징적 인물인 이 위원장이 고전할 수도 있다.

이 위원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선거를 치르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그러나 어렵다는 것을 알고 나가는 것이어서 더 낮은 자세로 정말 내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바닥 정서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한다. 이 위원장의 측근은 “권익위원장으로서 일을 잘했다는 평가들이 많아 주민들 사이에서 ‘이재오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측근들 주변에서조차 “선거에서 질 경우 이 위원장이 낙향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등 패배 때는 정치적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지만, 승리할 경우 여당이나 이 위원장 개인으로서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지리멸렬한 친이계가 다시 세를 공고히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는 것은 물론, 그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될 수도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나 친박계와의 갈등지수가 다시 높아질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손병호 하윤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