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짐 얼마나 무거웠으면… ‘한류스타’ 박용하, 자택서 자살
입력 2010-06-30 18:21
배우와 가수로 활동해 온 ‘한류 스타’ 박용하(33)씨가 자신의 집에서 목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3월 같은 방법으로 자살한 최진영씨에 이어 올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두 번째 연예인이다. 전문가들은 연예인을 동경하던 대중이 뒤따라 죽는 사태를 우려하며 각계에 자살 예방 노력 강화를 촉구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씨가 30일 오전 5시30분쯤 서울 논현동 자택 침실에서 캠코더(소형 동영상 촬영기) 충전기에 달린 전선을 목에 감고 숨져 있는 것을 박씨 어머니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날 0시10분쯤 술에 취해 귀가한 박씨는 위암 말기인 아버지의 등과 다리를 주무르며 “아버지 대신 내가 아파야 하는데 미안하다”고 울먹이듯 말한 뒤 자기 방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박씨 방을 수색했지만 죽음을 암시하는 기록이나 유서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나 몸에 다른 상처가 없는 점으로 볼 때 박씨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결론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로 인기를 얻은 박씨는 국내외에서 배우와 가수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새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있었고, 다음달 일본에서 음악회를 열 예정이었다.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음식점을 서울 명동에 차리려고 준비 중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박씨의 죽음은 지인들에게 갑작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평소 우울증이나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자살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 예민하고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되면 충동적으로 목숨을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술을 마시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약해진다. 박씨는 투병 중인 아버지를 걱정하면서 기획사 운영 문제로도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잠이 잘 오지 않는다며 수면제를 복용해 왔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자살한 연예인은 박씨를 포함해 최소 11명이다. 2005년 2월 영화배우 이은주씨가 경기도 성남시 자택에서 목매 숨진 뒤 해마다 2명씩 목숨을 끊은 셈이다. 연예인 자살률이 일반 대중이나 여느 직업인보다 높은 것은 아니지만 이목이 집중되는 탓에 사회적 파장은 상당하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이은주씨 자살 직후인 2005년 3월 여성 자살자가 462명으로 2월의 246명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유니와 정다빈씨 자살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안재환씨가 자살한 뒤 보건복지콜센터에 접수된 자살 상담자 수는 한 달 사이에 2배가량 늘었고, 모방 자살 사례도 속출했다.
유명인의 자살을 접한 대중은 자신의 목숨을 더욱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아무 걱정 없을 것 같던 사람들도 자살할 정도인데 나 같은 존재쯤이야’하는 생각에 자살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로 자살 예방 노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인 노만희 서울백제병원장은 “이 기회에 연예인들이 각 단체에서 벌이는 자살 예방 사업에 동참하면 더욱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