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재무구조개선 약정 반발
입력 2010-06-30 21:06
기업구조조정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둘러싼 후유증이 커지고 있다. 특히 해운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업종 특성을 무시한 근시안적 조치로 국내 해운산업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박 발주 및 인수 과정에서 부채비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채권단의 이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업계도 채권단의 일방적 구조조정 과정에 대한 서운함을 토로하고 있다.
◇해운업 특성을 이해하지 않은 재무구조개선 약정 요구=해운업계는 업종 특성상 척당 800억∼2000억원대 고가 선박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업종보다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단순히 부채비율을 근거로 재무구조 개선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사상 최악의 경기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올해 들어 업황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컨테이너 운임수준인 HR용선지수(HRCI)가 611.8을 기록했다. 2008년 11월 11일(664.9) 이후 19개월 만에 600선을 넘었다. 330대를 유지하던 올 초에 비해서는 2배가량 올랐다. 국내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5월 화주들과 접촉을 통해 기본운임을 인상한 데 이어 성수기를 맞아 할증료 수입도 거두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6월 초부터 유럽노선에 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50달러, 지난 21일부터는 미주노선에 1TEU당 320달러의 할증료를 붙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실적이 1분기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삼성증권 등 9개 증권사는 한진해운의 2분기 영업이익을 평균 1482억원으로 추정했다. 1분기 영업이익 25억원으로 2008년 4분기 이후 5분기 만에 흑자전환된 것을 감안하면 깜짝 실적이다. 대신증권도 이날 1분기 116억원의 영업이익으로 5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현대상선에 대해 2분기 영업이익을 1375억원으로 예상했다.
◇채권은행과 대립각 세우는 해운업계=29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황 세미나에서 한 해운사 임원은 “부채비율이니 재무약정이니 하는 것 때문에 좋은 가격에 선박을 발주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속한 한진그룹은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고, 올해도 약정이 유지되고 있다. 따라서 신용등급 하락에 이자율이 높아져 싼 값에 선박을 발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올해 한 척도 발주하지 못했다.
현대상선이 속한 현대그룹도 올해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이 돼 채권단과 대립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주채권은행 외환은행이 해운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주채권은행을 바꾸고 채권단과 다시 협상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채권단은 약정 체결시한을 7월 7일까지 1주일 더 연장해 주기로 했다.
◇건설업계도 불만 팽배=지난 25일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된 건설사들은 채권단의 결정에 승복하면서도 구조조정 방식에 대해서는 불만을 토로했다. C등급(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의 경우 말 그대로 기업개선작업이 우선돼야 하는데 자칫 채권단의 ‘채권 회수 작업’에만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대상 건설사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경영을 잘못한 건설사에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돈을 빌려준 채권단 역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며 “건설사의 경우 인력 감축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 작업이 진행되지만 채권단은 채권 회수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날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구조조정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 구조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덕래 성원건설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월 구조조정 당시 성원건설은 B등급이었고 몇 개월 뒤 다시 심사했을 때도 역시 그 등급을 유지했지만 결국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다”며 등급 분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최정욱 기자 jw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