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변재운] 백용호와 곽노현에 거는 기대

입력 2010-06-30 17:51

국세청이 그제 인사를 단행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인사 내용이 아니라 이번에는 인사 청탁이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백용호 청장은 1월 과장급 인사 때 인사 청탁을 한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그런 조치가 영향을 미쳐 이번 고위직 인사 때는 청탁할 엄두를 못 냈고 덕분에 능력 위주의 인사가 가능했다고 국세청 관계자들이 전했다.

국세청은 인사 청탁이 횡행하기로 소문 난 조직이다. 승진이나 주요 보직을 맡으려면 청와대를 비롯한 실력자에게 줄을 대는 게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백 청장은 취임하자마자 인사 청탁을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고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설마 하던 사람들에게 정말로 한 방씩 먹인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간부들이 요즘 좌불안석이라고 한다. 곽노현 신임 교육감이 자신에게 당선 선물을 가져온 사람들을 인사조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취임 전 인터뷰에서 “교육청 간부 6명이 샴페인과 갈비, 화분 등을 가져와 대변인이 돌려보냈다”면서 “오는 9월 인사에서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장만채 전남도교육감도 교육청 간부와 교장들이 당선 축하 돈 봉투를 가져왔다고 폭로하고 이들을 인사조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꼬리를 내리는 분위기다. 하지만 곽 교육감은 실제로 그렇게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주변에서 보고 있다. 비리척결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곽 교육감은 “인사비리뿐만 아니라 학교 공사와 운영 비리도 뿌리 뽑아야 한다”면서 학교 비리 관련 제보를 모아놓으라고 감사관실에 지시했다.

지금까지 장관을 비롯한 수많은 기관장들이 취임하면 으레 인사 청탁을 배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결국은 흐지부지됐다. 사실 한국처럼 인적네트워크 문화가 강한 곳에서 인사 청탁을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크든 작든 살면서 인사 청탁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듯하다. 청탁을 들어주기는커녕 거꾸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뒤돌아서 욕을 먹거나 철천지원수가 될 각오를 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근절될 수 없는 것이 고질적인 인사 청탁이다.

백용호 청장과 곽노현 교육감은 그런 기대를 걸어 봐도 될 것 같은 느낌을 준다. 백 청장은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고, 곽 교육감의 청탁 배격 의지도 그 누구보다 강해보인다. 모든 개혁의 요체는 공정한 인사다. 두 사람이 성공하는 개혁의 진정한 선구자가 됐으면 좋겠다.

변재운 논설위원 jwb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