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鄭 총리의 세종시 소신과 책임의식

입력 2010-06-30 17:47

정운찬 국무총리가 어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난해 9월 세종시 수정안을 제기한 이후부터 국회에서 부결되기까지의 과정을 되돌아보며 담담히 소회를 밝혔다. 전반적으로 차분한 어조였지만, 국회의 결정에 대해선 “정략적 이해관계가 국익에 우선했던 대표적 사례로 역사에 기록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격한 감정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세종시 원안을 수정하는 것이 국가와 충청지역의 이익과 부합한다는 취지의 소신을 거듭 강조한 대목에는 아쉬움이 흠뻑 배어 있다.

세종시 수정안은 말 그대로 역사가 돼버렸다. 여권은 미련을 버리고, 상생협력의 새 출발을 모색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정 총리가 국회 결정에 따라 행정중심복합도시법 취지대로 세종시를 좋은 도시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회 표결 결과가 못마땅하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손을 놓아서는 곤란하다. 세종시 수정안에 버금가는 명품도시가 되도록 힘을 쏟는 것이 국정의 책임을 다하는 올바른 자세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결론을 내린 만큼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돼서는 안 되며, 모든 논란이 해소되기를 바란다는 정 총리의 당부 또한 적절했다. 2002년부터 8년 동안 우리 사회는 세종시를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뉘어 대립과 반목을 되풀이했다. 그 결과 상처가 너무 깊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소위 ‘+α’를 둘러싸고 갈등이 재연될 조짐이나, 소모적인 정쟁은 이쯤에서 멈춰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갈등을 넘어서 국가 선진화를 위해 함께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청와대의 인적 쇄신이 제대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 총리는 세종시 수정안을 관철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책임지겠다는 것이 총리직 사의 표명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으나 퇴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통령실장 역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이미 밝혔다. 이런 상태로는 국정을 효율적으로 끌어가기 어렵다.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인사의 큰 방향은 국민 그리고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쪽이 돼야 한다. 세종시 수정안이 부결된 것은 소통 부족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