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타임오프제 안착시켜야 노조도 산다

입력 2010-06-30 17:47

노조법의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이 오늘부터 적용된다. 1997년 법이 개정된 지 13년 만이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은 산업화 초기 노조가 힘이 약해 홀로 서기 어려웠던 시대의 유제(遺制)요, 과거 독재정권이 어용 노조를 다루기 위한 한 수단이었다. 따라서 개정법의 적용은 우리나라 노사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음을 말한다.

다만 충격을 감안, 노사정 합의 하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가 새로 도입됐다. 회사와 무관하게 노조 관련 업무만 담당하는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은 원칙적으로 금지이나 노사교섭, 산업안전, 고충처리 등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에 종사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는 내용이다.

타임오프제는 개정법의 취지는 살리되 최소한의 노조 활동은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당장 타임오프제 시행에 대한 노조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예컨대 정부가 고시한 근로시간 면제 한도 기준에 따르면 기아자동차 노조의 경우 기존 전임자 181명을 18명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아차 노조, GM대우 노조 등은 파업을 결의했다. 전임자를 대폭 줄여야 하는 노조로선 타격이 클 것이다. 하지만 개정법 적용이 13년이나 유예됐고 그것도 모자라 타임오프제까지 마련된 마당에 노조가 무대응과 반발로 일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새로운 제도 시행에 적극 대응하는 노조도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기존 전임자 55명 중 25명을 감축하고 타임오프제에 따른 한도 기준 15명을 제외한 15명의 급여는 노조가 자체 부담키로 했다.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전임자 급여는 노조·노조원이 부담하는 게 당연하다.

자주적인 노조 운영, 대등한 노사관계 설정을 위해서라도 현대중공업 노조와 같은 변신 노력이 필요하다. 사측의 눈치 보기도 있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사측이 당장 원활한 사업장 가동과 회사 운영을 위한다며 노조와 슬그머니 이면계약이라도 한다면 타임오프제는 겉돌 수밖에 없고 노사관계 선진화는 물 건너가고 말 것이다. 노사 모두의 책임 있는 대응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