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여류 對 시니어의 대결
입력 2010-06-30 17:33
2007년 바둑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시작된 지지옥션배 여류 對 시니어 연승대항전이 이제 4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모든 여류기사와 만 45세 이상의 기사들이 참가해 각각 12명의 대표선수를 선발한다. 시니어 팀에는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 여류 팀은 루이 9단, 박지은 9단, 조혜연 8단을 내세우고 연승전으로 진행된 시합은 팽팽한 긴장감을 주며 바둑TV 최고의 시청률을 보여주었다.
또한 시니어 팀이 우세하다는 전망아래, 여류 팀의 박지은 9단이 마지막 상대인 조훈현 9단을 꺾으며 첫 회 우승의 영예는 여류 팀에게 돌아갔다. 그리고 2회에서는 시니어 팀의 승리로 승부는 1:1 원점이 되었다. 하지만 3회에서는 시니어 팀의 새내기인 최규병 9단과 양재호 9단의 가세로 여류 팀이 너무 쉽게 무릎을 꿇었다.
지지옥션의 강명주 회장은 아마 5단의 고수로 바둑에 대한 열정은 프로를 능가한다. 또한 여성바둑계에 대한 사랑도 남다르다. 중립의 위치에 서야 할 후원사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여류기사들에게는 편파적 응원을 보내준다. 3회 대회가 끝나자 “여류기사들에게 재정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며 4회 대회를 미루자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가장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은 “책 읽는 모습과 바느질 하는 모습, 그리고 바둑 두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라는 강 회장은 여류 바둑계의 든든한 후원자이다.
지난해부터 프로들의 대항전이 펼쳐지기에 앞서 이벤트 기전으로 아마 여류 對 시니어 연승대항전이 시작되었다. 첫 회에서는 젊은 아마 여류기사들의 저력으로 여류 팀이 승리를 낚아챘고, 이번 회에는 시니어 팀이 관록을 보여주며 승리를 거뒀다. 아버지와 딸의 대국을 연상케 하는 지지옥션배는 시니어기사들을 응원하고 추억하는 많은 올드 바둑 팬들에게는, 오랜만에 다시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을 선사했다. 또 딱딱하고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는 바둑을 여류기사들의 모습을 통해 신비로움과 친근함을 느끼게 해 주고 있다.
지난 회 여류기사들의 부진으로 많은 관심과 걱정, 우려 속에 제4회 지지옥션배가 이달 16일부터 다시 시작된다. 시니어 팀은 70년대와 80년대를 주름잡았던 조·서의 투톱으로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여류기사들도 이번 11월에 벌어지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여자단체 금메달을 목표로 강행군을 펼치고 있다. 단 시간 내에 승부의 벽을 뛰어넘기는 힘들겠지만 한국여류바둑계의 희망을 걸고 여류기사들의 반란을 기대해 본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