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南美잔치’… 본선에 오른 남미 5개팀 중 4팀 8강 진출
입력 2010-06-30 21:42
2010 남아공월드컵의 화두는 남미 축구의 초강세다. 조별리그부터 거세게 몰아쳤던 남미 축구 돌풍은 8강 진출팀이 모두 가려진 30일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북중미 코스타리카와의 플레이오프를 거친 우루과이까지 모두 5개팀이 월드컵에 참가한 남미 축구는 칠레를 제외한 나머지 4개팀이 모두 8강에 진출했다. 칠레 역시 남미 예선을 2위로 통과한 강팀으로 16강전 상대가 남미 1위 브라질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8강에 진출할 만한 전력으로 평가된다. 사실상 5개팀 전부가 8강권 전력을 갖춘 셈이다.
반면 남미와 함께 세계축구의 양대 산맥을 구축한 유럽은 13개 팀이 본선에 올라 네덜란드와 독일, 스페인 등 3팀만 살아남았다. 월드컵 역사상 8강에 오른 팀 숫자에서 남미가 유럽보다 많았던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럽 축구가 남미에 주도권을 내준 채 막다른 골목에 몰린 모양새다.
8강 대진이 모두 남미 팀과 비(非)남미 팀간 대결로 짜여진 것도 이채롭다. 확률이 높진 않지만 남미 4개팀이 모두 4강에 진출할 수도 있다. 브라질 언론에서 ‘남아공 월드컵이 코파아메리카를 연상시킨다’고 보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8강에 진출한 유럽·아프리카 연합 4개 팀은 월드컵이 코파아메리카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하지만 남미 팀의 초강세가 4강까지 이어질 것으로 장담하기는 어렵다. 8강에 오른 유럽 3팀의 전력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스페인은 2008년 유럽선수권대회 챔피언으로 세계 랭킹 2위다. 16강전에서 일본과 졸전을 벌인 파라과이에겐 벅찬 상대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유력한 우승후보 아르헨티나도 상대가 독일인 점을 감안하면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 독일은 2002년 월드컵 준우승, 2006년 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는 등 ‘토너먼트 대회의 절대 강자’로 꼽힌다. 실제 4년 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독일과 만나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패한 기억이 있다.
세계 랭킹 1위 브라질 역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지만 네덜란드는 쉽지 않은 상대다. 네덜란드가 화려한 공격 축구 대신 안정적인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실리 축구를 내걸고 지지 않는 축구로 변신했다는 점도 껄끄럽다.
우루과이는 ‘아프리카의 희망’ 가나와 힘겨운 일전을 벌여야 한다. 가나는 아프리카 팀 중 유일하게 8강에 올라 아프리카 전체의 응원을 받고 있다. 우루과이는 라이벌 팀과 원정경기를 갖는 듯한 부담을 이겨내야 한다.
유럽 팀들이 남아공 현지의 계절과 고도에 대한 적응을 끝냈다는 점도 남미 팀에겐 부담이 된다. 기후 및 고도로 인한 유리함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것. 유럽 팀들이 대회 초반엔 자국과 정반대인 계절과 낯선 고지대 경기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으나 전지훈련을 포함해 한 달 이상을 남아공에서 체류하면서 적응을 마쳤다는 얘기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