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승부차기서 아쉽게 주저앉은 일본… 그러나 아시아 축구의 가능성을 봤다

입력 2010-06-30 21:08

아시아축구가 세계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옮겨가고 있다.

일본은 29일(한국시간) 파라과이와의 16강전에서 연장전까지 0대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3대5로 아깝게 패하면서 한국에 이어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승부차기에서 세 번째 키커로 나온 고마노 유이치(주빌로 이와타)의 실축으로 8강행이 좌절됐지만 일본(45위)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나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위인 파라과이(31위)에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면서 아시아의 위상을 드높였다.

비록 8강 무대에는 올라서지 못했지만 남아공월드컵에서 아시아축구의 선전은 눈부셨다.

한국은 강인한 체력과 빠른 속도 축구를 앞세워 조별리그에서 1승1무1패로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이라는 금자탑을 쌓았고, 일본도 2승1패로 원정 월드컵 첫 16강을 이뤄내는 쾌거를 만들어 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이 4위를 차지하며 역대 월드컵 아시아축구 최고의 성적을 거둔데 이어 이번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동반 16강으로 아시아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과 일본은 다듬어야할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이번 대회에서 세계 강호들에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줘 4년 후 브라질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약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양국의 선전으로 아시아에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티켓 수(4.5장)가 과도하다는 일부의 편견도 무너뜨리는 계기를 마련됐다.

이번 대회 선전에 힘입어 FIFA가 매기는 한국과 일본의 월드컵 통산 랭킹도 상승했다. 한국은 30일 발표된 통산 랭킹에서 2006년 독일월드컵 직후의 30위에서 세 계단 상승한 27위에 자리했고, 일본은 종전 44위에서 36위로 여덟 계단이나 점프했다.

거스 히딩크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아시아는 성공했다. 한국과 일본은 10년 전에는 할 수 없었던 방법으로 16강에 진출했다”고 극찬했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 선수들과 허정무 감독 모두 정말 잘 싸웠으며, 16강 자격이 있다”고 평가했고, 일본에 대해서도 “아름다운 축구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보여줬다. 정말 놀랍다”고 논평했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