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 박근혜 “약속은 지켜져야”… 5년만에 본회의 깜짝 발언
입력 2010-06-29 22:20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29일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올랐다. 2005년 4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5년여 만이다. 세종시 수정안 반대 토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 사실을 친박근혜계 의원들에게조차 본회의 직전에 알렸다.
박 전 대표는 “지난 열 달 동안 큰 혼란과 갈등을 가져온 세종시 논란이 최종 결정되는 순간”이라며 “이 문제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세종시 원안에 찬성하는 이유가 수도권 인구 과밀 해소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서울 인구가 700만명이던 시절에 국가 차원의 고민이 있던 것을 기억한다”며 1977년 2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발표했던 임시행정수도 건설 구상을 상기시켰다.
무엇보다 세종시 문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정치가 미래로 가려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그것이 깨진다면 끝없는 뒤집기와 분열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뢰가 사회적 자본이라는 그의 평소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또 “수정안이 부결되면 자족성 강화를 위한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안타깝다”며 “원안에 이미 자족 기능이 다 들어 있고 중요한 것은 그것을 구체화하는 정부의 실천 의지”라고 말했다. 그는 “어느 한쪽은 국익을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표를 생각한다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도 했다. 세종시 수정안을 끝까지 고집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 등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는 “결론이 나면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가슴에 묻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자”는 말로 발언을 마무리했다.
세종시 수정안 부결로 박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방선거에서 충청권 민심이 확인된 만큼 향후 대권가도에서 충청권 지지를 얻는 데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 대통령과 정면충돌하고 계파 수장처럼 비친 모습은 향후 정치 활동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