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등 손해배상 입증책임 판매사가 진다
입력 2010-06-30 00:25
2007년 창구 직원이 권하는 해외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던 A씨는 원금 5000만원 가운데 2000만원을 손해봤다. 펀드 가입 당시 창구 직원은 A씨의 투자 성향이 어떤지 제대로 묻지도 않았다. 불완전판매였다. 지난해 A씨는 판매회사를 상대로 불완전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직접 판매 회사의 잘못을 입증해야 한다는 말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앞으로는 A씨 같은 사례가 생기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입증 책임을 판매회사에 묻는 등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하반기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라고 29일 밝혔다. 금융위의 용역을 받아 법안 초안 작업을 하고 있는 한국개발원(KDI)은 3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공청회를 개최한다.
KDI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판매 회사가 판매행위 규제를 위반했을 때 소비자는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을 보장받는다. 키코(KIKO), 인사이트펀드 등처럼 동일한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같은 피해가 속출하면 소비자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손해배상 책임이 있는지 없는지를 가릴 때 입증 책임은 소비자에서 판매 회사로 전환된다. 판매 회사가 직접 위반 사실이 없다고 입증을 해야 하는 것이다. 입증하지 못하면 상품의 원금 손실액을 소비자 손해액으로 간주해 보상해야 한다.
분쟁조정 제도도 바뀐다. 5000만원 이하 소액 금융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했을 때에는 금융회사가 분쟁조정 기관의 중재 결과를 무조건 따르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한편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보험 소비자들의 보호장치 강화를 골자로 한 보험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 따르면 보험판매 권유시 상품 내용, 보험금 지급제한 사유 등 중요 사항을 설명하고 자필 서명을 받아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보험사는 수입보험료의 20% 이하 과징금, 설계사나 대리점은 2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설명 의무가 약관에 규정돼 있었기 때문에 효율적인 제재 방법이 없었다”며 “이 규정이 법제화됨에 따라 판매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불완전판매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개정안은 중복계약 문제가 불거졌던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보험회사가 보험계약 체결 전에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토록 의무화했다.
또 보험 계약자의 소득이나 재산상황, 보험가입 목적 등을 파악해 소비자의 필요에 적합한 보험 상품을 권유하도록 하는 적합성 원칙도 명문화했다.
배병우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