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에 발빠른 리스크 관리… 랩어카운트로 돈 몰린다
입력 2010-06-29 18:29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랩 어카운트(Wrap Account, 이하 랩) 시장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랩은 고객과 계약을 맺고 투자금을 알아서 굴려주는 금융상품이다. 개별 투자자 입맛에 맞게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고 추가 수익률을 노리는 것이 장점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랩 시장 관리를 위해 모범규준 마련에 들어갔다. 쏠림 현상이 있음에도 규제 체계는 허술하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랩 시장=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랩 계약 잔고는 27조37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7조4000억원(37.1%)이 증가했다. 올 들어 매월 평균 6000명이 가입하고 있다. 계약 잔고는 매월 평균 1조8500억원이 늘고 있다.
랩 시장의 팽창은 지속되는 글로벌 금융 불안과 맞닿아 있다.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 투자자 혼자로는 위험 요인을 피해가며 분산투자 전략을 짜기 어려워졌다.
시장 상황은 복잡하지만 상승률이 돋보이는 주식 등에 집중투자하고 싶은 것은 투자자의 욕망이다. 랩은 이런 투자자 심리를 파고들고 있다. 투자자와 상의해 손실 위험을 줄이는 분산투자 전략을 짜 놓고, 시황에 따라 수익률 좋은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고팔면서 고객 돈을 불려주고 있는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증권이나 펀드 분산투자 등에 특화된 상품을 내놓고, 최고 가입액을 수십만∼수천만원으로 낮추면서 랩 시장 성장세는 가속이 붙었다. 오는 11월 18일부터 은행도 투자일임업을 할 수 있게 돼 현재 증권사, 투자자문사, 자산운용사가 활동 중인 랩 시장은 비약적 성장이 예상된다.
증권사가 투자자문사의 포트폴리오 자문을 받아 돈은 증권사가 굴리는 전통적인 운영방식도 변화하고 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은 투자자문사의 자문시점과 증권사 주문시점이 달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운용까지 자문사에 아예 위탁하는 상품을 내놨다.
◇빛과 그림자=랩 운용 수익률은 눈부시다. 한국투자증권의 ‘브레인투자자문사 랩’은 지난해 7월 설정 이후 수익률이 51.6%에 이른다. 대우증권의 ‘AK투자자문사 랩’과 현대증권 ‘레이크투자자문사 랩’은 지난 3월 출시 이후 수익률이 각각 19.0%, 22.3%를 기록하고 있다.
이 때문에 랩 시장 활성화가 현재 국내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펀드 환매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해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리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올 들어 랩에서 월 평균 4500억원가량의 주식이 매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고수익을 낼 수 있지만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고객과 금융회사 간 계약에 따라 자산운용이 이뤄지기 때문에 분쟁이 일어날 소지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랩 시장 단속에 나섰다. 랩에 대한 법규상 개념 정의가 없고 펀드와 헷갈릴 여지가 있어 모범규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조인강 자본시장국장은 “랩 상품은 투자자 개별 사정에 맞게 운용해야 하는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한을 받지 않으면서 펀드처럼 한꺼번에 운용된다면 문제 소지가 있다”며 “지금까지 규정이 허술했던 만큼 업계와 함께 모범규준을 만들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