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집회 신고 봇물 터질텐데… 경찰-시민단체 ‘힘겨루기’

입력 2010-06-29 22:06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가운데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되면서 다음달 1일부터 이 조항은 효력을 잃게 된다. 집회 시간의 제한이 없어져 심야나 새벽 시간 집회가 허용되는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및 노동계에선 다음달에 야간집회를 열겠다는 신고서를 최근 관할 경찰서에 접수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대책을 마련하느라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경찰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다시 이뤄질 때까지 현행 집시법 규제조항을 활용해 야간집회가 불법시위로 번지는 것을 강력하게 단속할 방침이다. 경찰청은 29일 모강인 차장 주재로 ‘전국 지방청 경비·정보·수사기능 연석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경찰은 야간집회가 행진이나 도로 점거 등 불법시위로 번질 경우 적극 해산키로 했다. 경찰은 이를 위해 주최 측이 경찰서에 집회신고서를 제출할 때 시간과 장소를 구체적으로 적도록 하고 신고서에 행진이 포함될 경우 금지 통고할 방침이다. 경찰은 집회 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설치해 이를 벗어나는 행위도 금지하기로 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9월 야간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 중 옥외집회에 대해서만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집회는 허용하되 시위를 철저히 막겠다는 것이다. 집시법 2조는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갖고 가지고 도로, 광장, 공원 등 일반인이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는 장소를 행진하는 행위를 시위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소음 등에 따른 정신적 피해나 집회 군중으로부터 재산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 책임을 철저하게 묻기로 했다. 또 야간집회 때에는 주간집회 질서유지인(참가자의 10%)의 두 배를 주최 측에 요구할 예정이다.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조명을 비추면서 경고방송과 영상녹화를 할 수 있는 1억8000만원짜리 다목적 차량 4대 구입비를 올해 예산에 편성했다.

그러나 일부 단체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데다 야간옥외집회 금지 규정마저 효력을 잃게 된 상황에서 이 같은 방식으로 야간집회를 단속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안진걸 민생희망팀장은 “여전히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야간집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야간집회를 금지한 조항만 취소된 셈”이라며 “위헌 결정까지 났는데 경찰이 무슨 권한으로 엄격하게 제한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부 단체는 다음달부터 야간집회를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환경운동연합은 다음달 1∼25일 해 뜰 때부터 밤 10시까지 태평로1가에서 ‘4대강 사업 중단 촉구 캠페인’을 벌이겠다는 신고서를 최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냈다. 경찰청에 따르면 6월 1일부터 22일까지 다음달 야간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건수는 서울 1117건 등 전국에서 3442건에 달한다. 이는 2002년부터 지난해 9월 헌재 결정 직전까지 열린 야간집회 40건보다 86배 많은 수치다.

김경택 노석조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