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 채수창 前서장, 감찰조사 거부… “사표냈으니 안받겠다”
입력 2010-06-29 18:20
조현오 서울경찰청장의 성과주의에 반발해 항명 파동을 일으킨 채수창 전 서울 강북경찰서장이 경찰청 감찰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29일 “채 전 서장이 기자회견을 하게 된 배경이나 동기를 놓고 각종 억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라며 “사실 관계를 명확히 규명해야 하나 채 전 서장이 감찰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채 전 서장은 감사관실과의 전화 통화에서 “사실 관계는 언론에 이야기한 그대로다. 사표를 냈으니 감찰조사를 받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채 전 서장은 전날 강북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나친 실적주의가 양천경찰서 경찰관들의 가혹행위 수사 의혹 사건을 일으켰다며 조 청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채 전 서장은 기자회견 직후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경찰은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며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그의 직위를 해제했다.
채 전 서장의 처신을 바라보는 경찰 안팎의 시선은 엇갈렸다. 간부들은 채 전 서장의 행동을 항명으로 규정하고 비난하는 반면 경찰 하위직과 시민들 사이에서는 그를 지지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장은 “채 전 서장이 순수한 의도에 따라 행동했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면서도 “그러나 무책임하다. 좀 더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경찰청 내부망 ‘경찰발전 제언’ 게시판에는 성과주의 및 양천서 사건을 성토하는 글과 함께 “채 서장을 존경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경찰관은 “이번 사태는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논의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적었다.
강북서의 인터넷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하루 만에 수백 개의 글이 올라왔으며, 대부분 채 전 서장의 항명을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경찰대 출신들은 1기인 채 전 서장의 행동이 경찰대와 비경찰대 간의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경계했다. 채 전 서장이 차기 경찰청장 후보이자 외무고시 출신인 조 청장을 견제하기 위해서 이번 일을 벌였다는 해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한 경찰대 1기생은 “강북서의 과장급 간부 가운데 경찰대 출신이 한 명도 없고, 이번 일을 앞두고 무슨 사전 조율 같은 게 있지도 않았다”며 “각종 음모론은 다 소설이다. 개인의 돌출 행동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채 전 서장이 평소 강직하고 소신이 강하기는 하지만 다소 조용한 성품을 가졌기 때문에 사상 초유의 항명 파동이 매우 의외라는 반응도 나왔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