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詩 해설서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 펴낸 가수 조영남 “이상의 詩, 제 나름대로 해석해 봤죠”

입력 2010-06-29 21:41


가수 조영남(65·사진)씨는 욕심이 많다. ‘화개장터’ ‘삽교천’ 등을 부르며 가수로 이름을 알렸지만 방송 진행자로도 꾸준하게 활동해 왔고, 화가로서 여러 차례 전시회를 열기도 한다. 현대미술의 세계를 쉽게 풀어 쓴 ‘현대인도 못 알아먹는 현대미술’, 한국과 일본을 독특한 시각에서 비교한 에세이집 ‘맞아죽을 각오로 쓴 100년 만의 친일선언’ 등의 작품으로 화제를 몰고 온 작가이기도 하다. ‘만능 엔터테이너’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그가 이번에는 문학 평론의 영역에 얼굴을 내밀었다.

한국모더니즘 문학의 개척자로 평가받고 있는 이상(1910∼1937) 시인의 시 해설서 ‘이상은 이상 이상이었다’(한길사)를 펴낸 것.

조씨는 29일 전화통화에서 “20대 초반 때부터 이상 시인에게 열광했고, 30대 중반부터는 ‘죽기 전에 이상에 관한 책은 꼭 한번 쓰겠다’는 마음을 먹어왔다”며 “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마침내 그 뜻을 이뤘다”고 말했다.

조씨는 이 책에서 100편 가까운 이상의 시를 전재하고 그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시도한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로 시작하는 ‘오감도Ⅱ-시제1호’에 대해 그는 13명의 아이를 ‘불안 초조 공포에 떠는 현대인의 초상’으로 해석하면서 “시인은 단 한 줄의 글로 20세기를 주름잡았던 소위 실존주의를 깔끔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또 “이상은 유일하게 전통적인 시의 형식을 포괄하면서 동시에 기존의 형식을 깨뜨리는 시를 쓴 시인”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상의 시가 가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상은 김소월, 정지용, 윤동주나 서양의 보들레르, 랭보, 애드거 앨런 포, T.S. 엘리엇보다도 몇 수 위에 있는 시인입니다. 이상은 가장 알아먹을 수 없는 시를 가장 완벽하고 정교하게 쓴 현대시의 제왕입니다.”

이상에 대한 단편적 논문은 넘쳐날 정도로 많지만 온전한 해설서는 단 한편도 찾아볼 수 없어 해설을 자청하고 나섰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문적인 평론이라기보다는 이상의 시를 주제로 한 수상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고,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쓰려고 했어요.”

그는 이 책을 쓰면서 올해 초 며칠 밤을 연속으로 새우다시피하니 건강에 이상이 와 뇌경색으로 고생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책의 제목에 대해 “‘이상(李箱)은 이상(理想) 이상(以上)이었다’일 수도 있고 그냥 ‘이상(李箱)은 이상(異常) 이상(以上)이었다’일 수도 있다”며 “평론가들로부터는 야단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내 나름대로 이상의 시를 해석한 것인 만큼 재미있게 읽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