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알프스 지하 금고엔 디지털 정보가… 사진등 암호자료 보관

입력 2010-06-29 18:16

알프스 산맥 속의 최첨단 디지털 지하금고가 화제다. 스위스 국제방송은 29일 알프스의 고봉 융프라우(해발 4166m)에 자리 잡은 스위스 중부 베르너 오버란트의 옛 군사용 벙커 2곳이 전 세계 고객의 귀중품을 보관하는 금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산비탈의 거대한 암벽을 깎고 설치된 시설물은 겉보기엔 마치 2차대전 때 만들어졌다 버려진 폐허 같다. 하지만 내부엔 검은 제복을 입은 경비와 첨단 경보시스템, 원자폭탄이 터져도 안전한 방폭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곳 운영업체는 디지털자산 전문 프라이빗뱅크인 SIAG. 이 회사는 이 지하금고를 ‘스위스 포트 녹스’라고 부른다. 미국 금괴보관소가 위치한 군사기지 이름 포트녹스에서 따왔다.

크리스토프 오츠발트 대표가 “스위스 포트녹스는 위험도 제로의 시설”이라고 자평할 만큼 화재 홍수 지진 정전은 물론 핵과 화생방 공격에도 대비하고 있다. 해외 고객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자체 활주로와 세관까지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고객 대부분은 이곳에 직접 올 필요가 없다. 스위스 포트녹스에 보관된 ‘귀중품’은 대부분 암호화된 디지털 정보들이다. 오츠발트 대표는 자신도 10기가바이트(GB)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면서 “개인으로서 우리는 누구나 사진, 계약서, 스캔한 문서 등과 같은 디지털 보물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고객 중엔 한 달에 1만원을 내고 랩톱 컴퓨터 자료들을 저장하는 싱가포르 대학생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곳에 드나드는 모든 자료는 448비트 암호키로 보호된다. 보통 은행 온라인거래에 사용되는 암호키는 128비트다. 로그인 정보와 암호는 어디에도 저장되지 않는다. 고객이 암호를 잃어버려도 회사에선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이곳엔 디지털 게놈 자료도 보관돼 있다. 디지털 게놈은 DOS(디스크 운영체제) 등 이미 사장된 기술로 만들어진 자료들을 해독할 수 있도록 저장한 자료들이다. 유럽의 도서관, 문서 보관소, 연구소 등 총 16개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