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지방선거 후보 잇단 피살… “투표 말라” 주민 위협도

입력 2010-06-29 18:17

멕시코의 유력 주지사 후보가 선거를 엿새 앞두고 괴한의 총에 숨졌다. 시장 후보들을 겨냥한 총격도 이어지고 있다. 마약 범죄조직의 소행으로 추정된다. 공포에 빠진 멕시코 국민들은 투표소에 가는 것조차 두려워하고 있다.

멕시코 북부 타마울리파스주(州)의 주지사 당선이 유력했던 로돌포 토레 칸투 제도혁명당 후보가 28일 공항으로 가는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지역에선 지난 3일에도 한 시장 후보가 마약조직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3주 전엔 또 다른 시장 후보의 측근 2명이 살해됐다.

타마울리파스는 미국 텍사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마약조직의 근거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지역에서 마약조직 제타스와 걸프카르텔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약조직들은 선거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리달고주의 호치트 갈베즈 주지사 후보는 “나도 제타스의 협박을 받고 아이들과 친척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며 “그들이 원하는 건 우리가 겁먹고 집안에 숨어 있는 광경을 만들어서 자신들의 능력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행동당은 후보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어 국경지역 3개 도시에서 공천을 포기했다. 지난 4월에는 한 야당 후보의 집이 불탔다. 이 후보는 결국 선거 출마를 포기했다.

유명 가수 엘 샤카 역시 지난 26일 살해됐다. 그가 살해되기 몇 시간 전 언론에 그의 사망 기사가 먼저 보도됐다. 엘 샤카는 자신의 사망 기사를 부인한 직후 살해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은 “이 나라를 통치하는 건 범죄조직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멕시코 국민들은 대통령이 앞장선 ‘마약과의 전쟁’에 이미 지친 표정이다. 숨진 토레 칸투 후보의 개인 홈페이지에 누군가 이런 추모 문구를 남겼다.

“너무나 화가 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언제쯤에나 이 모든 일이 끝날까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