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대선… 메르켈 기로에
입력 2010-06-29 18:16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정치적 시험대에 오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치르는 독일의 대통령 선거가 메르켈 총리의 중간평가가 될 것이라고 28일 보도했다. 간선제로 치르는 독일 대통령 선거가 이처럼 주목을 끈 적은 별로 없었다.
WSJ는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의 집권 연정에서 공동으로 내세운 후보가 낙선할 경우 연정 와해를 야기하고, 결국 메르켈 총리의 퇴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의 대통령 선거는 연방하원 의원들과 16개 주에서 선정한 동수의 선거인단 등 1244명이 연방총회에 참가해 비밀투표로 가린다. 연정 3당이 보유한 선거인단 표는 644표로 당선에 필요한 623표보다 20여표를 더 많이 확보하고 있다. 당론에 따라 투표할 경우 당선이 확실하기 때문에 고민할 것이 없어 보인다. 야당인 사민당(SPD) 녹색당 좌파당 등 야권 3당이 보유한 표는 586표다.
그러나 지난 3일 대통령 후보가 발표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집권 연정은 니더작센주의 크리스티안 불프(51) 주총리를, 야당인 사민당과 녹색당은 동서독 통일 후 구동독의 비밀경찰(스타지) 문서관리청 책임자를 지낸 요아힘 가우크(70) 목사를 내세웠다. 좌파당은 여성 후보를 단독으로 냈다.
집권 연정 내부에선 가우크를 지지하겠다며 이탈자가 늘었다.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기민당, 기사당, 자민당 대의원 중 일부는 가우크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같은 당 소속인 쿠르드 비덴코프 전 기민당 사무총장이자 전 작센주 총리마저 “자유투표를 허용하라”고 연정에 호소했다.
절대 과반수가 필요한 1, 2차 투표에서 불프 후보가 승리를 확정짓지 못할 경우 다수 득표자가 당선자로 결정되는 3차 투표에서 좌파당의 표가 가우크 후보 쪽으로 쏠릴 수도 있다. 3차 투표에서 불프 후보가 승리한다고 해도 메르켈 총리의 정치생명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