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중국 수출 타격” 비상… 중국·대만 경협협정 체결 ‘차이완’ 등장

입력 2010-06-29 18:00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을 포함한 ‘중화경제권’이 본격 출범했다. 중국과 대만은 29일 자유무역협정(FTA)격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정식 서명했다. 물론 대만 내부의 반발도 있고, 대만 입법원의 심의와 비준을 거쳐야 하지만 절차적 과정에 불과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중국은 영국과 포르투갈로부터 반환받은 홍콩·마카오와 상품무역, 서비스 무역, 경제협력 전반을 포함한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이미 맺고 있다. 여기에 대만과도 이번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경제 분야에 있어 사실상 ‘하나의 중국’ 목표에 바짝 다가선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중 수출에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ECFA는 상품과 서비스의 관세, 비관세 장벽을 철폐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으로서 사실상 자유무역협정이지만 중국과 대만의 특수관계 때문에 ECFA란 명칭이 붙었다.

ECFA가 공식 발효되면 2년 내에 무관세 혜택을 보는 ‘조기수확(Early Harvest)’ 프로그램에 속한 대만 상품은 539개다. 이들 539개 품목의 지난해 중국 수출액은 138억4000만 달러로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이 16.1%나 된다. 평균 9%이던 관세가 사라지면 대만 산업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으로선 2003년 12.9%에 달했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올해(1∼4월) 8.6%까지 떨어진 상태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

문제는 대만의 주요 대중 수출품이 한국과 겹친다는 점이다. 한국과 대만의 중국 수출 상위 20개 품목 중 14개가 중복된다. 상위 50개로 확대하면 중복 품목은 33개로 늘어난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 60%가 대만과 겹치는 것이다. 특히 1위부터 10위 품목 모두 중복 품목이다.

무역협회 이봉걸 수석연구원은 “조기 자유화 대상 품목 539개엔 한국산 제품과 경쟁하는 유기화합물과 플라스틱 제품 등 석유화학 제품 88개와 기계류 제품 107개 등이 포함돼 있다”며 “한국에서 수출하는 이들 품목의 가격 경쟁력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LCD와 전자제품 등은 조기수확 대상이 아니란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양국 협상 결과에 따라 장기적인 피해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대만 기업의 중국 투자 제약이 사라지면서 LCD 등 대만 IT 업체들이 중국에 진출, 중국 수요를 기반으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장기적으로 한국 업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밖에 반도체와 LED는 이미 무관세 상태라 영향력이 없다. 휴대전화와 부품류도 대만 업체의 생산라인이 이미 중국에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 기업들이 차이완(차이나+타이완) 공세에 맞서려면 브랜드와 기술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해 차별화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가능하면 직접적인 경쟁은 피하는 것이 좋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은 대만 기업과 협력을 통해 중국시장에 공동 진출하거나 분야별로 대만의 경쟁기업과의 상호 지분투자 및 합작기업 설립 등 새로운 협력모델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국 상품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한·중 FTA 체결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FTA에 대한 산업계와 학계의 공동연구가 종료됐고, 다음 단계로 FTA 협상 시작 전에 민감한 분야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정부 간 사전협의를 추진하기로 한 상태다.

김도훈 기자,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