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동남아 통신시장 공략 ‘성큼’

입력 2010-06-29 18:05


말레이시아 ‘패킷원’과 와이맥스 사업 계약 체결

SK텔레콤이 말레이시아 브로드밴드(유무선 초고속인터넷 통칭) 시장에 진출했다. 성장 잠재력이 큰 동남아 통신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해외진출 전략도 과거 미국과 중국에서처럼 시장이 포화된 이동통신 사업에 직접 뛰어드는 것에서 말레이시아 1위 와이맥스(와이브로·무선 초고속인터넷) 통신업체 ‘패킷원(P1)’의 2대 주주가 되면서 브로드밴드 등 다양한 사업 기회를 노리는 것으로 바꿨다.

SK텔레콤은 29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P1에 1억 달러(1253억원)를 투자해 지분 25.8%를 확보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P1은 2008년 말레이시아 최초로 와이맥스 서비스를 시작한 기업이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13만9000명으로 현지 브로드밴드 시장의 5.3%(4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번 지분 투자는 P1에서 신규 발행한 전환 우선주를 SK텔레콤이 인수하는 형태다. 지분 인수 후 P1의 주요 주주는 와이맥스 장비 및 솔루션 업체인 그린패킷(57.1%)과 SK텔레콤(25.8%), 인텔 캐피탈(5.3%)로 구성된다. SK텔레콤은 이사회 7석 중 2석을 확보하고 최고위 임원 1명을 임명할 수 있다.

P1은 SK텔레콤과의 제휴를 통해 현재 인구의 38% 수준인 망 커버리지를 2012년까지 65%로 확대하고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할 계획이다. P1의 모회사 그린패킷 최고경영자(CEO) 씨씨푸안은 “SK텔레콤의 브로드밴드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된 4세대(G) 와이맥스 기술을 선보이고 동남아 통신 선도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성장성을 보고 P1을 파트너로 택했다. 현재 말레이시아에선 브로드밴드가 빠르게 보급되는 중이다. 2006년 가입자 76만명으로 인구 대비 3%에 불과하던 보급률은 올해 10% 수준으로 늘었고 2012년엔 20%를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인구밀도가 낮고 열대우림이 많은 지역 여건상 유선보다 무선 브로드밴드가 적합하다. 2008년 와이맥스 사업을 시작한 P1은 현지에서 무선 브로드밴드 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는 유일한 회사다.

이날 SK텔레콤과 P1의 투자 조인식 직후 인텔이 P1과 함께 와이맥스 내장형 넷북 칩셋 출시행사를 가진 것도 SK텔레콤엔 희소식이다. 에이서, 델 등 주요 6개 노트북 제조사가 와이맥스 내장형 넷북을 대거 출시함에 따라 와이맥스 활용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조기행 SK텔레콤 글로벌경영서비스(GMS) 부문 사장은 “P1의 와이맥스 망을 활용해 현지 기업들의 생산성을 높여주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 중”이라며 “성장 잠재력이 워낙 높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와이맥스에 음성이 탑재돼 이동전화로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도 SK텔레콤으로선 향후 기대되는 부분이다. 조 사장은 “말레이시아를 거점으로 동남아 다른 국가들로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쿠알라룸푸르=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