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 실체 확인된 ‘친박의 힘’… 친이와 힘겨루기 본격화
입력 2010-06-29 22:19
세종시 수정안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됨에 따라 지난해 9월 정운찬 총리의 ‘수정 추진’ 발언 이후 정치권을 들쑤셔 놓았던 세종시 논란이 일단락됐다. 수정안이 한나라당 내 친이 친박 간 갈등 요인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여권의 역학 구도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선 세종시가 서로 상처만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지만 친이 친박 간 득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과 공조해 수정안을 부결시킨 친박계는 정부의 일방독주를 막아냄으로써 당내 입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를 할 수 있다. 친박계의 도움 없이는 정부 정책 추진이 어렵고, 향후 여권 주류가 친박계를 핵심 파트너로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친박계와 친이계의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고, 서로 본격적인 견제가 시작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수정안 본회의 표결로 친이계와 친박계가 확연하게 ‘역사적 기록’으로 남게 됐고, 양측의 전선이 더욱 명확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친박당’과 ‘친이당’의 결별을 선언하는 날이라는 자조도 나온다.
게다가 향후 개헌논의가 본격화되면 친박계가 ‘대통령 중임제’를 들고 나오고, 친이계는 ‘이원집정부제’를 내세우면서 더 큰 싸움에 휘말릴 수도 있다.
더욱이 세종시 문제는 다음 대선에 메가톤급 이슈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세종시는 원안대로라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정부부처를 단계별로 이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수정안 논란으로 공사가 지연돼 입주시점이 늦어진다고 가정하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핫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자족기능의 범위를 둘러싸고 기업유치 등 ‘플러스 알파’가 원안에 포함되느냐도 대선 주자들 간 공방거리가 될 수 있다. 2012년은 어떤 정부부처 를 이전 해야할지 최종 결정해야 하고, 플러스 알파의 범위도 확정지어야 할 시한이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원안고수 입장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외에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김문수 경기지사, 오세훈 서울시장 등은 모두 수정안 찬성이나 수도분할 반대 입장이다.
누가 대선주자로 나서든 경선부터 플러스 알파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 게다가 원안추진을 결사반대해온 정부가 세종시 건설을 지연시킬 경우 충청권 민심이 들끓게 되고, 그 책임을 둘러싼 공방도 불거질 수 있다.
다만 다음 대선에서 세종시 문제를 꺼낼 경우 한나라당 내 경선주자들 간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어 서로 암묵적으로 세종시 논의를 피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