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수정안 부결] ‘세종시 총리’ 정운찬, 교체냐 유임이냐
입력 2010-06-29 22:18
세종시 수정안의 국회 본회의 부결로 ‘세종시 총리’로 불렸던 정운찬 국무총리가 정치적 기로에 섰다. 세종시 수정 문제로 빚어진 소모적 논쟁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선 정 총리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세종시 문제 말고도 4대강 사업 등 정부 역점사업이 많은 만큼 국정 운영의 연속성을 고려해 정 총리가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진 않다.
정 총리는 2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에 들어섰다가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가 이어지자 “오늘은 왜 이렇게 사진을 많이 찍어요?”라며 의미심장한 농담을 던졌다. 국회 부결 이후에는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한마디 답변도 하지 않은 채 세르비아 총리 환영 만찬을 위해 총리공관으로 향했다. 총리실은 정 총리가 30일 입장을 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9월 총리 취임과 함께 세종시 수정 논란의 불을 지폈던 정 총리가 수정안 부결로 가장 타격을 입었다는 데 이견은 없다.
정 총리도 정치적 책임을 지고 총리직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쳤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 “수정안 부결로 책임을 지라고 하면 책임지겠다”는 말을 해 왔다. 또 국회 본회의 표결이 임박해서는 “결과에 따라 의연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측근 인사가 전했다.
정치적 ‘분신’과도 같았던 세종시 수정안의 안락사로 정 총리가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한 것도 교체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다.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정 총리 퇴진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일 기세다. 한나라당 내 친박근혜계 인사들도 정 총리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여권 주류 내부에서도 정 총리 교체로 세종시 논란을 완전히 접고, 새로운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정안 부결이 곧 정 총리 교체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존경받던 학계 인사를 총리로 모셔 와 세종시 용도로만 활용하다 지금 와서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아 경질하는 건 너무 모진 처사라는 역풍이 일 수 있다. 정 총리가 세종시 총대를 멘 건 사실이지만, 여권 핵심부의 의중을 대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오히려 정 총리가 세종시 족쇄를 털어내고 새 국정 어젠다에 매진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나온다. 총리실은 수정안이 부결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수정안 추진을 위해 총리실에 설치했던 세종시 기획단은 벌써부터 해체 얘기가 나돌고 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